삼성전자 수원 정보통신연구소에 근무하는 미국인 A씨(45).
미국 실리콘그래픽스 출신 엔지니어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해외인력 유치에 따라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스카우트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습니다."
A씨는 그러나 "최근들어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연구과제를 관리하는 방식 등이 크게 다르고 무엇보다 가족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그의 푸념이다.
외국인학교가 부족하고 학비도 만만치 않아 두 자녀를 한꺼번에 학교를 보내기엔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A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전 대덕단지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인도 출신의 프로그래머 S씨(32)는 6살 된 아이를 보낼 외국인학교조차 없어 고민이다.
현재 대덕단지에는 정부의 해외 IT(정보기술) 인력 유치정책에 따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인도 중국 캐나다 등지에서 온 외국인력이 80여명에 이르지만 사정은 S씨와 별반 다를게 없다.
국내에는 고급두뇌 유치를 위해 필요한 교육 문화 등의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연구인력은 대략 1천5백∼2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이 해외 우수인력 유치경쟁에 나서면서 해마다 그 수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통신연구소에만 3백여명의 해외인력이 몸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로 재미교포 2세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LG전자의 경우 70명 정도의 석.박사급 외국 인력이 본사와 LG기술원, 안양연구소 등에 소속돼 있다.
이들 기업은 해외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국내에 들어온 연구원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주고 주택 및 자녀 교육비 등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사회전반의 기반시설이 아직까지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데 있다.
제도적인 문제점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게 바로 외국 기술인력에 대한 비자발급이다.
외국인력이 국내에 취업할 경우 보통 3∼4년 정도 근무하게 된다.
따라서 비자연장을 위해 1년에 한 번씩은 반드시 본국에 다녀와야 한다.
정보통신부의 경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98년 11월부터 '해외IT인력 고용추천제'를 도입, IT 업체들이 데려온 인력에 대해선 수시로 입출국이 가능한 복수비자를 발급하고 체류기간도 3년까지 늘려줬다.
그러나 이 같은 혜택을 받고있는 인력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구개발방법론이나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 등 연구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고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고 덧붙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권오현 부사장은 "한국의 열악한 사회문화 여건으로 인해 우수 해외 연구인력 유치계획이 좌절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기업뿐 아니라 사회문화 인프라 자체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정부에서 시행 중인 '사이언스 카드제'(국내 연구기반이 취약한 분야에 해외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제도) 적용대상을 미국 러시아 중국 등 특정 국가에서 유럽, 개도국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종태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삼성 포스코 산업기술평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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