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겨냥한 새로운 위스키들이 등장하면서 위스키 시장은 광고전쟁에 돌입했다. 위스키 명가였던 두산이 4년만에 시장에 복귀하고 하이스코트가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 광고전의 촉발제. 한동안 광고가 뜸했던 진로발렌타인스와 디아지오코리아도 지면광고 횟수를 늘리면서 '장군' '멍군'하고 있다. 소주.맥주와는 달리 꾸준히 늘고 있는 위스키 소비도 광고전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3.4분기까지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모두 2백64만6천61상자(500ml 18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나 증가했다. 특히 17년 이상 숙성된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의 판매가 8만3백71상자로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위스키 광고시장의 중심은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로 바뀌고 있다. 위스키 업체들은 광고 결과에 따라 내년 시장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공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 광고 춘추전국 시대 광고전은 피어스클럽18(두산), 랜슬럿(하이스코트), 임페리얼.발렌타인(진로발렌타인스), 윈저(디아지오코리아), 시바스리갈(페르노리카코리아), 스카치블루(롯데칠성음료) 등 6개 제품이 이끌고 있다. 지난 9월 초 하이트맥주의 자회사인 하이스코트가 랜슬럿을 출시한 이후 위스키 시장은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이스코트는 출시 직후 '천년 전설-랜슬럿'이라는 카피로 광고 공세를 펴 경쟁업체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하이스코트의 전략은 광고물량의 융단폭격. 지난 한 달여 동안 신문에 랜슬럿 광고가 빠진 날이 거의 없다. 두산의 야심작 피어스클럽18도 하이스코트의 랜슬럿과 더불어 대대적인 광고전으로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두산은 4년만에 후발주자로 위스키시장에 재진입한 만큼 제품 노출을 최대한 늘린다는 것이 마케팅 전략이다. 임페리얼과 발렌타인을 판매하는 진로발렌타인스는 위스키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위스키 업계의 맏형. 하이스코트와 두산의 도발에 광고 물량을 늘리며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의 전략은 일명 '물타기'. 피어스클럽과 랜슬럿 광고가 나간 다음날 광고를 내보내 신제품 공세를 희석시키는 전략이 돋보인다. '은밀한 유혹'이란 광고 카피로 알려진 윈저와 오랜 전통의 시바스리갈도 광고전에 적극적인 것은 마찬가지. 광고 물량을 늘려잡으며 위스키 시장 수성에 힘쓰고 있다. 롯데칠성은 '첫 키스!'라는 카피를 내세워 스카치블루=첫 키스의 달콤함을 강조하고 있다. # 위스키 광고 십인십색 피어스클럽18은 17년산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17+1'이란 숫자를 내세운다. 피어스클럽18을 마시면 1년 더 숙성된 위스키를 마시는 것이란 메시지가 담겨 있다. 두산은 위스키 시장 재진입을 위해 지난 3년간 스코틀랜드에서 9백여가지의 원액 샘플을 테스트한 결과 18년산이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랜슬럿은 중세 정통 위스키를 재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천년 전설의 부활'이란 카피가 이를 잘 말해준다. 제품 이름부터 광고 카피까지 아더왕의 전설에 나오는 신비로운 중세의 이미지가 묻어난다. 제품에는 원탁과 13개의 칼을 형상화한 상표가 붙어 있다. 아더왕과 12명의 기사가 사용했다는 전설 속의 유물들이다. 위스키 판매 1위를 지켜야 하는 진로발렌타인스는 소비자의 이성에 호소하는 광고로 두산과 하이스코트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블렌딩의 차이가 위스키의 차이'란 광고에서는 발렌타인 위스키의 우수성은 블렌딩 기술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미지보다 내용에 치중한 이번 광고는 지면의 절반이 블렌딩에 관한 상세한 설명으로 가득차 있다. 진로발렌타인스의 또다른 주력 제품인 임페리얼 광고에서는 위조방지장치 장착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지명도가 높은 제품이기 때문에 '제품 알리기'보다 '신뢰 쌓기'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는 외국 여자모델의 곡선미를 살린 연작 광고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윈저 광고는 몸에 딱 붙는 가죽옷을 입은 모델의 특정 부위를 술병 모양으로 드러내는 기법을 사용한다. 직접 제품을 보여 주지 않고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광고의 포인트. 감추려고 할수록 더 보고 싶어지는 인간의 욕망을 활용했다.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는 전통을 강조하기 위해 번 스튜어트가의 수석 마스터블렌더인 빌리 워커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도 선보이고 있다. 시바스리갈은 술병마다 고유번호가 찍힌 전통의 양주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옛 명성을 되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