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업계가 '1백일 동계(冬季) 전쟁'에 돌입한다.


오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초까지 1백일 동안 사활을 건 겨울 시장쟁탈전이 벌어진다.


이 시즌은 쌀쌀해지는 날씨와 함께 위스키가 가장 많이 팔리는 '대박의 계절'.


이 때를 위해 위스키 업체들은 지난 1년간 아껴쓰고 남겨 놓은 '화력'을 총동원한다.


위스키 업계가 집계한 월별 판매실적을 보면 1백일 전쟁이 왜 11월에 시작되는지 알 수 있다.


작년 7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실적의 경우 여름인 7~8월 판매량은 17만7천케이스(1케이스=5백ml짜리 6병)로 최저 수준에 그쳤다.


9월엔 추석특수로 30만케이스로 바짝 오르다가 10월 24만4천케이스로 움츠러들었다.


이어 기온이 뚝 떨어진 11월에 28만케이스로 상승곡선을 그렸고 12월 33만4천케이스, 이듬해 1월 33만9천케이스로 연간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후엔 이들 실적보다 낮아지는 전형적인 겨울 상승곡선을 나타났다.


특히 이번 겨울 시장전은 예년에 비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발렌타인,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롯데칠성음료의 스카치블루로 이뤄진 기존 3각 편대에 신제품이 도전하고 복귀 제품까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두산주류BG의 피어스클럽18, 하이스코트의 랜슬럿,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시바스리갈이 그 주인공들이다.


신제품이라는 것 외에도 제품을 내놓은 기업이 주류사업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 경쟁 격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두산주류BG는 4년 전까지 위스키를 직접 생산해 판매한 전력이 있다.


두산이 뒤늦게 시장에 복귀하면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관록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두산은 위스키 외에 소주 와인 등 기타 주류판매업은 계속해 온 만큼 4년간의 공백을 메우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 9월 랜슬럿을 내놓은 하이스코트는 94년부터 딤플 위스키로 바람을 일으켜 업계 3위까지 오른 전력이 있다.


하이스코트는 9월에 출시하자마자 광고공세를 퍼부어댔다.


이에 따라 진로발렌타인스 디아지오코리아 등이 가만히 있을래야 있을 수 없게 됐다.


이들도 광고로 맞대응했다.


90년대 이전까지 전통의 위스키 자리를 차지했던 시바스리갈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조직을 정비하고 서서히 시바스리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


시바스리갈은 올들어 조직을 강화하고 위스키 전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며 면모를 일신했다.


신문 잡지 등 지면광고를 늘리고 있는 것이 달라진 모습이다.


후발주자들의 몸놀림이 심상치 않게 감지됨에 따라 진로발렌타인스 디아지오코리아 롯데칠성음료도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판매 1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진로는 신제품의 부상을 눌러야 하는 입장이다.


진로는 요즘 잇단 광고를 통해 임페리얼 키퍼와 발렌타인 마스터스를 집중 노출시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제품의 신뢰와 맛의 전통이 신제품들보다 월등하게 낫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2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진로의 임페리얼을 누르기 위해 업소 공략에 전력을 집중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조만간 새 광고를 제작, 판촉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도 세웠다.


롯데칠성음료는 소비자들에게 스카치블루를 좀더 또렷이 각인시키기 위해 상표디자인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두산과 하이스코트 등의 공세가 거세지고 진로 디아지오가 가세함에 따라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위스키 메이저들의 경쟁이 불꽃을 튀기면서 중소 위스키 수입업체들도 특화된 마케팅으로 나름대로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결국 위스키 시장은 올 겨울 뿐 아니라 내년까지도 뜨겁게 달아오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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