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모교총장] 허동수 < LG칼텍스정유>-김우식 <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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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영의 키워드는 '우수한 인재 확보'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길러내야 할 대학들이 아직도 비현실적인 커리큘럼을 고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대학들은 기초학문의 바탕 위에서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장기적인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고급 인력의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대학.
양측의 요구를 접합시킬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대학의 CEO인 모교 총장을 만나 이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기획대담을 대학별로 싣는다.
첫번째로 김우식 연세대 총장과 허동수 LG칼텍스정유 대표이사 겸 LG에너지 회장이 지난 24일 연세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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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식 총장 =기업들이 하반기 신규채용 규모를 다시 줄이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못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요.
기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지요.
▲ 허동수 회장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볼 때 재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잠재력있는 인재를 원하지요.
사람을 뽑을 때 70%는 기본에 충실하고 인성이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나머지 30%는 기획력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는 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클 수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좋은 인성을 갖췄으면서도 커뮤니케이션과 팀워크를 중시하는 인재를 키우는게 대학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 김 총장 =대학들은 교양과 덕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한다는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화 및 세계화 시대를 맞아 대학도 치열한 경쟁을 요구받고 있지요.
경쟁에 비중을 두다보면 대학마다 특성있는 교육을 강조해 대학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질 수 있지요.
▲ 허 회장 =맞습니다.
요즘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들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기보다는 당장 최고의 조건에서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LG칼텍스정유는 1년동안 인문계 출신은 주유소 등 영업 실무분야에서 현장경영을 배우도록 하고 이공계 출신은 생산현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게 하고 있습니다.
▲ 김 총장 =산학협동이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기업 CEO로서 대학과의 산학협동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 허 회장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아직도 기초적인 기술을 일본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요.
대학이 기초연구와 장기연구를 통해 기술을 개발해줘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 대학이 산학협동을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는 점이에요.
선진국에선 산학협동을 하는 대학들은 최고의 인력과 기술을 기업에 제공하지요.
산학협동을 통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도록 대학이 의무감을 갖고 진행해 줬으면 합니다.
▲ 김 총장 =산학협동을 하면서 기업과 대학간의 상호신뢰가 우선 쌓여야 하지요.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학의 잠재력을 믿어줘야 합니다.
국내 대학들도 의학.공학 분야에선 뛰어난 연구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기업들이 이를 지원해 주지 못하고 있지요.
기업총수들이 당장의 결과에만 얽매이지 말고 대학의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 허 회장 =기업은 과거 연공서열을 중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조직관리를 합리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 경쟁력은 세계에서 보면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요.
연세대의 미래 경쟁력 확보방안은 무엇인가요.
▲ 김 총장 =연세대는 오는 2010년에 세계 1백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세계화 △정보화 △특성화를 골자로 한 장기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지요.
외국학생들에게 학습공간과 문화시설을 갖춘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 학생들에게는 언어와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글로벌 라운지'를 학내에 짓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 중국의 대학들과 함께 시작한 '리더십 센터' 프로그램에선 대학생들을 아시아리더로 키우고 있습니다.
▲ 허 회장 =대학과 기업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최근 정유사업분야에서는 이공계 회피 등 사회적인 영향으로 우수한 사람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인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채용.평가.진급에서 사람을 △신뢰 △유연 △도전 △탁월이라는 기본 잣대로 재고 있지요.
▲ 김 총장 =연세대도 내년부터 우수학생 헌팅에 적극 나섭니다.
즉 △문필력 △어학력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30명을 2003학년도에 뽑을 생각이에요.
이들에게는 4년간 전액장학금, 생활비, 기숙사, 해외연수기회 등을 제공해 연세대 출신의 글로벌 리더로 키울 방침입니다.
▲ 허 회장 =대학도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맞았습니다.
일본의 경우 이미 대학간 합병이 시작됐지요.
▲ 김 총장 =앞으로 1백94개(4년제 기준) 국내 대학들이 특성화를 위해 몇개 분야에서 서로 제휴나 합병을 해야 합니다.
연세대는 교류 중인 세계 4백10개 대학중 30개 대학과 교류폭을 확대하고 있지요.
미국 스탠퍼드대와 협력해 연세대 안에 스탠퍼드대 분교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서울대-연세대, 스탠퍼드-버클리대 등 국내대학과 미국대학들이 컨소시엄을 짜서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요.
▲ 김 총장 =LG칼텍스정유의 발전전략은 무엇입니까.
▲ 허 회장 =LG칼텍스정유는 지난 2000년부터 '토털에너지서비스 기업'이라는 비전을 설정했습니다.
몇개 분야에서는 올해 세계 일등 수준을 이미 달성했지요.
전력사업 LNG도시가스 등 대체에너지분야에도 투자를 늘려 오는 2005년까지 세계 5위 수준의 토털에너지 서비스회사로 거듭날 계획입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