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칼럼 '박성희의 괜찮은 수다'] 커튼과 버티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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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매단 신혼차량과 이사짐 트럭이 분주히 오가는 계절이다.
크건 작건 새로운 집에 들어가면 선택해야 하는 큰품목 가운데 하나가 커튼이다.
커튼의 원래 용도는 햇빛 조절과 시선 차단,방음,방한 효과 등이지만 근래엔 실내장식이 더 큰 몫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튼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까닭이다.
커튼 하면 예전엔 보통 헝겊제품만을 뜻했지만 지금은 헝겊커튼 외에 블라인드 버티컬 롤스크린 등 가림막 역할을 하는 것 전부를 통칭한다.
헝겊커튼을 이용하면 면 실크 벨벳 레이스 등 소재에 따라 "아늑하고 고전적인" 혹은 "화사하고 낭만적인" 실내 등 다양하게 꾸밀 수 있지만 가격이 만만찮은 데다 실내를 좁아 보이게 만든다.
내 경우 바로 이때문에 1980년대 중반 살던 단독주택을 1980을 수리한 뒤 모든 창에 커튼 대신 블라인드를 달았다.
2층 양옥이었으나 단면적이 워낙 좁았던 탓이다.
당시만 해도 가정집에서 블라인드 사용하는 사람 없었지만 지금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당히 일반화됐다.
종류도 다양해져 전부터 쓰여온 플라스틱 블라인드 외에 헝겊으로 된 롤스크린과 로만쉐이드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왔다.
게다가 가로로 만들어져 위아래로 조절되는 블라인드와 달리 세로로 구성돼 헝겊커튼처럼 옆으로 제칠 수 있는 버티컬이 크게 늘었다.
버티컬은 주로 거실용,줄을 잡아당기면 말려 올라가는 롤스크린과 중간중간 접혀 올라가는 로만쉐이드는 방 창문용으로 쓰인다.
"롤러 셰이드"나 "롤러 블라인드"로도 불리는 롤스크린의 경우 돈을 더 들이면 가족사진을 프린트해 넣을 수도 있다.
로만쉐이드는 비싼 대신 방안에 로맨틱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때문에 헝겊커튼은 침실에만 달고(머리맡에 양쪽으로 늘어뜨리는 캐노피를 곁들일 수도 있다) 거실엔 버티컬,주방 창엔 롤블라인드를 설치하는 가정이 많다.
나 역시 아파트로 이사한 다음 딸아이 방만 빼고 모두 버티컬과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안방엔 창호지문이 달려 있어 생략하고,버티컬은 거실 대신 베란다쪽에 내다달고 베란다 양 옆엔 블라인드,그것도 무게를 고려해 위쪽에만 달고 아래쪽엔 불투명 비닐스크린으로 대신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겠다는 계산이었다.
블라인드와 버티컬을 사용하면 재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헝겊커튼의 절반이하 가격으로 설치할 수 있고 실내도 넓어 보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도 없는 건 아니다.
플라스틱 블라인드 중엔 패널에 작은 구멍이 송송 뚫린 게 있는데 모양은 괜찮지만 차광이 제대로 안된다.
실제 내 사무실 옆 창에도 이런 블라인드가 설치돼 여름이면 종이로 햇빛을 막아야 한다.
또 천으로 된 버티컬제품은 쓰다보면 여기저키 올이 풀어져 엉키고 아래쪽 연결 줄이 끊어지거나 꼬인다.
무엇보다도 블라인드와 버티컬 모두 더러워지면 닦기가 수월치 않다.
세탁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 주부가 뗐다 다시 달기는 쉽지 않다.
벽지와 커튼만 바꿔도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다지만 벽지와 커튼이 어디 계절마다 바꿀 수 있는 것인가.
헝겊커튼은 실내를 아름답게 만들고 세탁할 수 있지만 비싸고,버티컬(블라인드)은 싸고 실내를 넓어 보이게 하지만 다소 썰렁하고 세탁하기 어렵다.
다 좋은 건 없다고나 할까.
유행에 흔들리지 말고 가족의 기호와 형편, 아파트의 규모 등을 따져 결정할 일이다.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