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3일. 서울 문래동 LG홈쇼핑에는 소비자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톱클래스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란제리 "엔카르타"가 처음 전파를 탄 날이었다. 그런데 걸려온 전화의 상당수는 주문전화가 아니라 "정말 앙드레 김 란제리가 맞느냐"는 확인전화였다. 품격의 대명사로 불리는 앙드레 김이 홈쇼핑TV에 옷을 내놓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데다 파티복이나 야회복이 아닌 이너웨어를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흔히 홈쇼핑은 중저가 제품 판매 채널로 통한다. 그러나 유명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잇따라 선보여 예상과 달리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여성복이 주류 = CJ홈쇼핑은 지난해 4월 차세대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박춘무 우영미 홍미화 이정우 심설화 등 5명과 손잡고 디자이너 브랜드 IIda(이다)를 선보였다. 이다는 시간당 3억~3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홈쇼핑TV에 디자이너 브랜드 돌풍을 몰고 왔다. CJ는 이다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타일당 최대 1천벌로 제한해 팔고 있다. LG홈쇼핑도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의 모임인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와 제휴해 지난 8월 "SFAA"라는 이름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출시했다. 설윤형 진태옥 박윤수 박항치 루비나 등 SFAA 소속 일류 디자이너들이 제작에 참여한다. 가격은 30만~50만원대로 홈쇼핑 의류로는 비싸지만 디자이너의 이름 탓에 한번 방송에 7억원 안팍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대홈쇼핑도 심현옥 이원재 김동수 전영임 앤쥬홍 라스포사 등 10여개 디자이너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심형옥의 경우 프로그램당 4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속옷 인기폭발 = 디자이너 브랜드의 대박상품은 언더웨어에서 나왔다. CJ홈쇼핑이 디자이너 이신우씨와 손잡고 만든 "피델리티"는 방송 때마다 6~7억원대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런칭한 이래 1년4개월 누적매출이 5백10억원에 달한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리옹모드시티(국제 수영복 란제리 쇼)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외국 바이어와의 상담이 진행돼 조만간 수출길에 오를 전망이다. 톱 디자이너인 앙드레 김도 LG홈쇼핑과 손잡고 지난 5월부터 란제리 브랜드인 "엔카르타"를 출시했다. 방송도 차별화 = 유명 디자이너 의류 프로그램은 일반 의류판매 프로그램과는 격이 다르다. 홈쇼핑사들은 디자이너 브랜드 방송에 대해 차별화된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 일단 무대세트가 일반 프로그램보다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모델도 홈쇼핑 모델이 아닌 A급 패션전문모델을 쓴다. 출연하는 모델수는 일반 프로그램의 2배가 넘는 13~15명이다. 또 쇼핑호스트가 혼자 진행하지 않고 해당 디자이너가 직접 출연하거나 패션전문진행자가 나와 프로그램의 격을 높인다. CJ홈쇼핑은 IIda를 일급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연간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명의 디자이너에게 세계적인 패션쇼 무대인 프레타포르테나 오뜨꾸띠르 등에 참여시켜주고 있다. 또 디자이너 장광효씨에겐 6억원을 들여 패션 일번지인 서울 압구정에 매장을 내주기도 했다. LG홈쇼핑도 SFAA 서울컬렉션 등에 연간 5억원을 지원해주고 판매금액의 일부를 후학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