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희생자 수는 충격적이었다. 목표물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행위 자체 역시 소름 끼쳤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발리섬 테러폭발은 예상된 것이었다. 1998년 오사마 빈 라덴이 선포한 '미국과 유태인에 대한 성전(聖戰)'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 전쟁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이를 순리적으로 멈추게 하기는 어렵다. 단지 테러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승리하느냐가 관건이다. 테러와 함께 다른 위험들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수년내에 핵무기도 만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우 이미 '핵무기 도깨비'가 병뚜껑을 열고 밖으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북한은 94년 핵개발 동결을 약속한 '제네바협정'을 위반했다고 스스로 시인했다. 다시 말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가중 한 나라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 핵문제 처리가 이라크공격보다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경제적으로 풍요하고,군사적으로 강대한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에 둘러싸여 있어 이라크보다 덜 위협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계는 이런 복합적인 위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세계무역센터 붕괴로 시작된 것이 아니고,발리섬 폭발사건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다. 빈 라덴의 생사는 여전히 불투명하고,발리섬 테러폭발에 알 카에다가 관련됐는지 여부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빈 라덴의 '성전'은 계속될 것이고,그 어떤 윤리로도 이를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발리섬 테러가 주는 최대 교훈은 이슬람국가들이 '치명적인 자기만족'(lethal complacency)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동안 테러가 우려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기우'정도로 치부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대통령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들었지만,실상은 이슬람교도들의 저항으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은 내심 빈 라덴에 대해 '연민의 정'같은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리섬사태는 그들 국가조차도 테러화염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려줬다. 이런 점에서 인도네시아 및 필리핀에 대한 테러는 동아시아국가들이 테러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방세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11'이후 미국은 줄곧 '테러와의 전쟁'을 외쳐왔다.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전선을 넓혀왔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부시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테러위험을 과장한다'는 비아냥도 했다. 하지만 발리 충격은 이런 불만들을 공포로 바꿔놨다. '근거 없는 희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가도 깨닫게 만들었다. 테러와의 전쟁이 이슬람교도들을 자극,더 많은 테러리스트들을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1년이상 지속된 미국의 알 카에다 소탕작전에도 불구,여전히 테러조직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불만도 많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이 아무리 경제·정치 강대국이라 해도 홀로 대 테러전쟁을 치르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제사회의 공조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0월25일자) 커버스토리인 'A world of terror'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