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21일 평양에서 속개된 제8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의 핵 개발 계획 파문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남측은 이날 2차 전체회의와 실무대표 접촉에서 핵 파문에 대한 해명과 구체적인 조치를 북측에 요구하고 이 사안을 공동보도문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만수대 의사당에서 정세현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단과 면담을 갖고 "북한도 최근 (북핵)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남측 회담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의 핵 개발 파문 이후 북측 고위 당국자가 남측에 이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김 상임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5일 평양에서 북.미 대화가 끝난 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이 꾸준하게 제기해온 주장 및 지난 7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북핵 파문과 관련, 북측의 진전된 입장 표명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북은 이날 회의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개성공단 개발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 한편 북한 평양방송은 이날 "제네바 기본합의문은 북한과 미국이 세계에 선포한 공동의 약속"이라며 "미국은 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방송은 "우리는 해야 할 바를 충실히 해 왔지만 미국은 경수로 건설을 질질 끌어오다가 이제야 겨우 경수로 기초 공사를 시작했다"며 "합의문은 채택된지 8년이 되는 오늘까지 아직도 출발선에서 맴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양=공동취재단/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