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종합주가지수가 비교적 큰 폭(2.70%)으로 하락했지만 삼성전자는 약보합에 그쳤다. 21일 삼성전자는 장중 내내 강세를 보이다 장마감 소폭 밀려 0.76% 떨어진 32만4천원에 마감했다. 한때 지수폭락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삼성전자가 이젠 버팀목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의 견조한 주가흐름에 대해 증권가에는 외국계 장기펀드(long term fund)와 헤지펀드(hedge fund)의 맞대결에서 장기펀드쪽이 우세승을 거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의 숏셀링=헤지펀드들이 지난 8∼9월께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1조원이상의 '숏셀링(short selling:대차매도)'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빌려 시장에서 매도했다는 것.매도단가는 평균 32만원대로 추정된다. 헤지펀드가 숏셀링에 나섰던 것은 전세계 IT(정보기술)주가 폭락세를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등에 힘입어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 관계자는 "삼성전자만 계속 버틸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헤지펀드가 자사주취득 이후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대차매도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의 예상대로 삼성전자는 9월중순이후 급락했다. 하지만 전세계 증시 동반강세와 예상을 뛰어넘는 3·4분기의 실적발표가 맞물리면서 급등세로 반전했다. 상황이 급반전되자 숏셀링을 했던 헤지펀드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 결과 일부 헤지펀드들은 '혹시 주가가 급반등세로 돌아서지 않을까'하는 우려속에 다급하게 숏커버링(short covering: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는 환매수)에 나섰다. 박관종 태광투신 펀드매니저는 "지난주말 외국인이 삼성전자을 허겁지겁 사는 것으로 봐선 헤지펀드의 숏커버링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의 숏커버링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이진서 동원증권 국제영업팀장은 "삼성전자 주가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헤지펀드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매도포지션을 곧바로 청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펀드의 매수세=외국인은 지난주 삼성전자를 3천5백억원 순매수한데 이어 21일에도 8백4억원 순매수했다.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헤지펀드의 숏커버링 매수세도 있겠지만 뮤추얼펀드 연기금 등 장기펀드의 매수세도 주류를 이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황래 우리투신운용 이사는 "최근 3개월간 지속된 DDR D램의 상승세와 예상을 뛰어넘은 3·4분기 실적 등 삼성전자의 견조한 펀더멘털이 외국계 장기펀드의 매수세를 불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와 내년초 실적 역시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동원증권 김성인 연구위원은 "4분기중 비메모리 반도체와 휴대폰의 영업이익이 3분기에 비해 각각 20%와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