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成都)의 명동'으로 불리는 춘시루(春熙路). 금요일 오후가 되자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든 부부들과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들인 젊은이들이 도심을 메운다. 입구 타이핑양(太平洋)백화점에 들어서니 밝은 조명 아래 전시된 크리스찬디오르 아덴 구치 등 외국 유명 브랜드들이 눈길을 끈다. 춘시루는 상하이 번화가인 난징루(南京路)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양쯔강 벨트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인 상하이와 청두는 이렇게 닮아가고 있었다. 상하이의 경제에너지는 양쯔강을 따라 2천㎞ 이상을 거슬러 올라와 청두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청두는 그러나 중국 발전의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출발점이다. 바로 중국이 21세기 최고 국가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는 '서부대개발'이 시작되는 곳이어서다. 청두시 인민정부 접견실. 벽에 '서부로 들어가는 중심 도시(走進西部的中心城市)'라는 글이 담긴 액자가 결려있다. 허사오화(何紹華) 부시장은 서부개발로 청두 얘기를 시작했다. "서부개발 역시 '점(占)-선(線)-면(面)'식 발전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몇 개 중점도시를 먼저 개발한다는 얘기입니다. 그 점에 해당하는 곳은 크게 청두 시안(西安) 충칭(重慶)입니다. 그 중에서도 청두가 가장 앞서 있습니다. 제조 금융 등이 고루 발전했기 때문이지요." 춘시루가 활기를 띠는 것도 서부개발로 돈이 청두로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허 부시장의 설명이다. 청두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내에서 최상위급인 1천7백달러로 본격적인 소비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허 부시장의 지적대로 서부대개발의 중심지 청두의 경쟁력은 산업구조에 있다. 청두는 내륙에 있으면서도 정보기술(IT) 금융 상업 경공업이 균형 있게 발전해 왔다. 시내 외곽 고신(첨단) 기술개발구는 청두의 산업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 개발구 한 복판에 프랑스 통신업체 알카텔의 소프트웨어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 서부지역 통신시장은 아직 미개척 분야입니다. 서부 지역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고급인재를 양성, 투입하자는게 알카텔 청두 연구개발(R&D)센터의 역할입니다. 모토롤라도 최근 같은 이유로 개발구에 R&D센터를 열었습니다." 쿼치저우 중국 국제상회 청두상회 부회장의 설명이다. 서부개발이 시작되면서 중국 국내외 금융기관의 청두 진출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영국계 홍콩은행인 스탠더드앤드차터드 은행이 청두에 지점을 개설한 것을 비롯해 일본 도쿄은행, 싱가포르계 화롄(華聯)은행 등 외국은행이 활동하고 있다. 푸단(復旦)대학 금융학과의 장루양 교수는 "서부지역의 자금과 상품, 정보가 몰리는 곳이 바로 청두"라며 "서부진출을 꿈꾸는 금융기관들이 청두로 몰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25일 청두에서는 '2002 청두.서부투자 포럼'이 열렸다. 서부개발에서 청두가 차지하는 역할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이었다. 당초 이 행사는 학계 및 관계 위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2백여 국내외 기업이 참석하면서 매머드급 회의로 바뀌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곽복선 KOTRA 청두관장은 "상하이의 금융 재력가들이 서부지역 개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상하이가 현재의 도시라면 청두는 미래의 도시라고 할만하다"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불어온 경제 에너지를 흠뻑 머금은 양쯔강 서쪽 도시 청두가 지금 서부개발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팀장 한우덕 베이징 특파원, 오광진(국제부), 정태웅(산업부 대기업팀), 송태형( " 과학바이오팀), 김형호( " IT팀), 김미리( " 대기업팀), 허문찬(영상정보부 기자) i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