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11일 "최근 미국 증시의 약세는 1990년대말 형성된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라 전제한 뒤 "현재의 주가는 거의 바닥 수준에 근접해 있어 6개월 후면 큰 반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그스텐 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진단하고 "미국은 생산성 향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다 정부 및 소비자 지출이 성장을 받쳐주고 있어 결코 더블딥(짧은 회복후 재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고 성장 잠재력이 높아 조만간 일본 경제를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달러 및 대외통상정책의 방향'이란 주제의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미국 경제는 강하다=미국 경제는 해마다 생산성을 2.5∼3%씩 향상시켜 왔다. 여기에다 연간 노동력 증가율(1.0%)을 더하면 중·장기적으로 연간 3.5∼4.0%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선진국들이 2%대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 90년대 정보통신(IT) 부문에 대한 과잉투자로 미국 경제에 거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IT부문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다. 금융서비스 도매업 등 나머지 90%에 달하는 구(舊)경제 분야가 IT 신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연간 5% 이상의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불확실성,극복할 수 있다=최근의 주식시장을 보면 누구나 우울해질 것이다. 그러나 경제상황과 주식시장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 2년반 동안 증시가 지속적인 약세를 보였지만,이는 어디까지나 '조정 과정'이다. 90년대말의 주가가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거품이 꺼지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비축유를 시장에 공급,석유가격을 45달러에서 25달러로 떨어뜨렸다. 국제 유가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경제도 함께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낙관한다. 남북한 통일비용으로 6천억달러가 소요될 것이 예상되지만 남한의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이 만난다면 일본을 앞지르고도 남을 잠재력을 갖게 된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