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의 자동차 대여업체인 엔터프라이즈 렌터카는 경쟁업체들이 성장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던 90년대에 연간 20% 이상의 성장세로 업계 선두로 나섰다. 막대한 광고비를 들이거나 다른 업체들처럼 공항에서의 대여서비스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어떻게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을까. 고객과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대여료를 일반적인 수준보다 20% 낮게 매기고 고객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또한 영업소 직원들에게는 이윤 증가분의 일부를 나눠줌으로써 경쟁업체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게 했다. '로열티 경영의 원칙'(프레더릭 라이히헬드 지음,김광수 옮김,모라비안바젤,1만8천원)은 이처럼 고객,직원,원자재 공급자 등과 헌신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와 원칙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고객과 직원의 헌신(royalty)이 '로열티 경영'의 축을 이룬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헌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단기적 이익을 중시하는 '로우로드(낮고 저급한 길)'보다는 신뢰와 보상을 기반으로 사람을 중시하는 '하이로드(높고 훌륭한 길)'의 경영방식이 해답이다. 그래야 고객유지율을 높이고 직원 이직율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직원 이직율은 4∼5%로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지만 지금껏 한 번도 감원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최저운임제 등 다양한 고객서비스를 해온 결과다. 또 뮤추얼펀드 업계의 선두인 뱅가드그룹은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와 가장 높은 고객유지율을 자랑한다. 고객과 직원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는 경영방침 덕분이다. 실제로 뱅가드의 웹사이트에는 상품판매를 강조하는 문구 대신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배당금 지급일을 꼼꼼히 따져서 뜻밖의 세금문제에 직면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는 식이다. 여기서 저자는 '로열티 경영'의 여섯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고객과 직원 및 회사가 모두 이로워지는 윈-윈 해법,신중한 파트너 선정,조직과 규칙의 단순화,성과에 맞는 합리적 보상,고객 의견 경청,실천과 전파 등이 그 원칙들이다. 파트너를 희생해 이익을 올리겠다는 발상은 파멸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고객과 직원,판매업자,공급업자 등을 모두 파트너로 만들어 의사결정 과정에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라는 것.대신 고객과 직원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야 높은 고객 유지율과 낮은 직원 이직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객 유지율이 5% 늘어나면 고객유치 비용이 대폭 줄기 때문에 이윤은 25∼95%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규칙과 조직을 단순화하고 합당한 성과에 대해 보상하는 것도 로열티 경영의 중요한 요소다. 특히 이익을 단순히 분배하는 게 아니라 창출된 고객의 가치와 신뢰도,고객만족도 등을 고려한 보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책 말미의 '로열티 테스트' 방법을 이용,조직의 로열티 수준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