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등에 이어 미국과 유럽의 금융권에도 부실여신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월드컴 등 정보통신(IT)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잇단 파산과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파장으로 부실여신이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실여신 증가가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기업대출 요건 강화-기업 자금난 심화로 연결되면서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부실여신 급증=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이 1조9천억달러에 이르는 최근 1년간의 금융권 여신현황을 조사한 결과,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류된 여신은 1천5백31억달러로 전년보다 3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우려의 반영으로 무디스는 미국 최대 기업대출 금융기업인 JP모건체이스의 신용등급을 9일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지난주 피치가 뱅크오브뉴욕의 신용등급을 내린 이유도 같다. JP모건 주가는 이날 7년래 최저치인 15.45달러로 곤두박질 쳤다. 다른 은행주도 마찬가지다. JP모건이 3분기 실적악화를 처음 경고한 지난 9월 중순 이후 필라델피아 은행업종 지수는 12% 이상 급락했다. ◆유럽도 부실여신 비상=올해 기업도산과 자산운용손실이 불어나면서 유럽 은행들의 손실은 총 1천3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파산건수가 작년에 비해 23.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에선 도이체방크가 올 대손충당금 규모를 작년의 2배 수준인 4억6천9백만달러로 책정했다. 영국의 바클레이즈와 프랑스의 BNP파리바도 올 상반기 충당금 규모를 각각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55% 늘렸다. 오는 27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로 좌파정권 탄생이 유력시되면서 브라질에 거액의 여신을 제공한 미국과 유럽의 금융권은 추가 부실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은행의 부실여신이 공적자금 투입이 요구될 만큼 이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