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선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부천 범박동 재개발비리사건의 김병량씨로부터 97년 대통령선거 당시 8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벌어졌다. 또 이 후보가 지난 87년 충남 보령에 부동산을 투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비자금 수수 의혹=전갑길 의원은 대정부질문을 통해 "공적자금 국정조사 청문회를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것은 이회창 후보와 한인옥씨가 기양건설의 오너 김병량씨와 시온학원 관계자들로부터 비자금을 수수했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 의원은 "김씨가 조성한 비자금은 시온학원 이사장 이청환씨를 통해 이 후보,이 후보 측근인 황모,정모,경남출신 김모 의원 등 정치인에게 유입됐다"며 "김씨는 또 처 장순례씨가 한인옥씨와 친척인 점을 이용해 이 후보 부부에게 최소 80억원 이상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비자금이 오간 비밀 계좌번호라며 국민은행 통장 계좌번호를 공개하고 검찰의 계좌추적을 촉구했다. 전 의원은 "기양건설은 97년에 발행된 1백44억원의 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이회창 후보에게 제공했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했다"며 "98년 초 1백44억원의 어음을 재발행 기일연장했지만 이 어음이 최종 부도가 나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얼마전 김대업이 가짜 테이프로 세상을 조롱하더니 오늘은 전대업이 가짜 통장으로 세상을 조롱한다"고 일축한 뒤 "김병량씨는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과 가까운 사람이고 장순례씨는 한인옥씨와 친인척 관계도 전혀 아니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은 "97년에는 범박동 재개발사업이 시작되지도 않았다"면서 "범박동 비리를 수사할 때 그런 단서가 나왔으면 이회창 죽이기에 혈안이 된 정권이 가만히 있었겠나"고 반문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민주당 송석찬 의원은 "이회창 후보가 80년대부터 시작된 서해안 개발붐에 편승해 충남 보령과 경기 화성에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 후보는 87년 10월5일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임야 2만6천9백75㎡를 매입했다"며 "이 무렵 보령시를 비롯한 서해안 인접지역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부동산 투기꾼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발언 도중 한나라당 쪽에선 고성과 야유가 터져나왔다. 김동욱·윤기동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