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불량채권과의 전쟁' 선언] 日, 경제환부 대수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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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10시가 지난 시각.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금융청 회의실에서 두시간 넘게 계속됐던 금융긴급대응전략 프로젝트팀(일명 특명팀)의 첫 모임이 끝난 뒤 코사이 유타카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이 보도진들 앞에 섰다.
"하드 랜딩이 추락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어느 누구도 원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절박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특명팀의 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금융청의 고위 관료 5명과 민간 이코노미스트 5명이 처음으로 마주 앉은 이날 회의의 분위기를 '하드 랜딩에 대한 인식공유'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코사이 이사장은 하드 랜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일본 경제의 숨통을 막고 있는 불량채권을 뿌리뽑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 경제의 난조와 모든 위기의 뿌리가 금융기관들의 불량채권 문제에서 비롯됐다는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칼로 환부를 도려내야 할 상처에 소독약만 바르고 붕대로 감아버린 결과 오늘의 일본 경제가 이처럼 엉망으로 됐다는 비판이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불량채권은 대출 거래선이 경영파탄으로 무너졌거나 실질파탄 상태인 곳에 빌려준 돈과 파탄우려가 큰 거래선에 대출된 돈 및 관리가 요망되는 채권을 뜻한다.
은행, 신용조합, 신용금고 등을 합쳐 지난 3월말 현재 채권발행 규모가 5백41조엔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정상으로 분류된 채권이 약 4백87조엔임을 감안한다면 줄잡아 10% 이상이 썩어 있거나 곪아 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4대은행 그룹은 지난 3월말 결산에서 불량채권 처리로 6조7천억엔대의 손실을 입었지만 이번에는 주가폭락으로 9월 중간결산에서 3조5천7백억엔을 날려 버렸다.
여.수신업무를 통해 벌어들이는 한해 수익이 약 3조엔에 그치고 있음을 고려하면 불량채권 청소와 증시 안정이 뒤받쳐 주지 않는 한 은행정상화는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은행들이 불량채권 문제에 무대책으로 일관해 온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불량채권 해결은 언제나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방법과 위기 의식에 대한 각료 이코노미스트 및 은행들의 견해차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그대로 놓아두었을 뿐이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대출채권 심사를 대폭 강화해 썩은 곳을 도려낸 후(상각처리)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길 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다케나카 금융상 등장 전까지의 금융청은 '위기'가 아니라며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았었다.
공적자금 투입을 강력히 시사한 다케나카 금융상은 8일 임시국회에서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으로 있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도전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