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가 만난다. 실리콘밸리는 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하이테크산업의 중심지이며 할리우드는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카다. 이들은 세계 6위권의 경제 규모에 해당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산업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가 최근까지의 대립 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의 길로 들어섰다. 실리콘밸리가 선보인 MP3 P2P 디지털TV녹화장치(PVR) 인터넷영화서비스 등에 대해 소송도 불사할 정도로 강력히 대응해 온 할리우드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화해무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인터넷 영화서비스. MGM스튜디오스 파라마운트픽처스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스튜디오스 워너브러더스 등 5개 메이저 영화사들은 공동 설립한 인터넷 영화서비스 사이트 무비링크(www.movielink.com)를 통해 다운로드 방식의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견원지간'으로 지내온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가 손을 잡은 것은 서로의 장점을 활용해 각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윈윈(Win-Win)'의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할리우드는 기존 시장을 키우자는 목적이다. 실리콘밸리는 인터넷영화 서비스를 지금의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로 보고 있다.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초고속인터넷 보급을 촉진하고 그 경우 엄청난 IT 수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시네마나우(www.cinemanow.com) 인터테이너(www.intertainer.com) 등이 이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천만명 정도에 그쳐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할리우드가 영화 불법 복제 및 유통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며 콘텐츠 제공에 소극적인 것도 걸림돌이었다. 이런 할리우드로 하여금 태도를 바꾸도록 한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뜻밖에도 IT 첨단기술. IBM이 다운로드한 파일을 복제하거나 전송하지 못하게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삭제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무비링크는 이 기술을 도입, 다운로드 방식의 VOD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일정액을 내고 영화를 내려받아 자신의 PC에 저장해 뒀다 볼 수 있다. 파일은 30일까지 저장해 둘 수 있지만 일단 보고 나면 24시간 후 사라져 버린다. 할리우드는 인터넷영화 서비스를 '제2의 VCR'로 기대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화시장을 죽일 것으로 예상했던 VCR가 오히려 영화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던 것이다. 지난 1984년 소니가 VCR를 내놓자 영화사들은 불법 복제를 부추긴다며 판매금지 소송을 냈었다. 할리우드는 7년간에 걸친 법정싸움 끝에 패소했지만 VCR 시장이 커지면서 영화 대여란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기며 예상치 못한 이익을 챙겼다. 한편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의 전문가들은 지난달 23~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상호 관심사와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디지털 할리우드'라는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센터스팬(www.centerspan.com)의 '버퍼링'이 없는 스트리밍기술 등 첨단 디지털 영상 관련 기술이 소개됐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