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보다 강경한 새 유엔 결의안 채택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대한 설득작업에 착수했으나 러시아와 프랑스 등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또 유엔 회원국 사이에서도 미.영의 독단적인 움직임에 대한 반대여론이 고조되는데다 미 의회내에서조차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함께 이라크는 미국의 공격에 대비, 결사항전을 재다짐했다. 마크 그로스먼 미국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27일 영국 외무부 고위관리들과 함께 파리에 도착,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외교정책 보좌관인 장-마크 로슈로 드 라 사브리에르 등 프랑스 정부 고위관리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는 등 새 유엔 결의안에 대한 프랑스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미국과 영국 외교관들은 그로스먼 차관과 피터 리케츠 영국 외무부 정무담당 등이 프랑스에 이어 28일에는 모스크바도 방문해 러시아 관리들과 유사한 회담을 가질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로스먼 차관 등은 프랑스측에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보유증거를 담은 최근 정보를 설명하면서 보다 강경한 결의안의 필요성을 집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그러나 미.영 양국의 설득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유엔의 뒷받침없는 이라크 공격 감행 등에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라크가 유엔의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때 자동적으로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는 모든 유엔결의안에 여전히 반대한다고 27일 조지 W. 부시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프랑스는 "국제사회의 단합과 결의를 보여주는 단순하고 확고한" 결의안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시라크 대통령의 대변인 카트린 콜로나가 말했다.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도 27일 미국과 영국이 주장하는 이라크 대량파괴무기 위협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입국 지연은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고 규정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동이 끝난 뒤 영국 등이 지적한 이라크 대량파괴무기 증거 등을 일축한 뒤 "이런 것 때문에 러시아는 유엔 결의안에 따라 이라크에 대한 유엔 무기사찰단의 신속하고 조건없는 복귀를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주룽지 총리도 27일 유엔 안보리 지지없는 이라크 공격은 "헤아릴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복귀를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영국은 리케츠 정무담당이 프랑스와 러시아를 상대로 한 설득작업에 착수하는 동시에 윌리엄 어만 내무부 국가안보담당 부차관을 베이징(北京)에 파견하는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이라크 공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정작 미국 의회내에서도 반대움직임이 노골화되고있다. 미국 민주당 데이비드 보니어(미시건), 짐 먹더머트(워싱턴), 마이크 톰슨(캘리포니아) 의원 등은 26일 바그다드를 방문,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먹더머트 의원은 사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에게 "최후의 수단인 전쟁 없이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원한다"면서 "전쟁을 벌이는데는 관심없다"고 말했다. 또 이라크 지도자들에게 유엔 무기사찰단의 자유로운 접근 허용을 촉구했다. 한편 런던에서는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반전단체들이 28일중 약 1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시위대는 영국 의회와 총리관저 등을 거치는 행진을 통해 반전여론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미국과 영국의 독단적 움직임을 겨냥,"유엔의 존재의미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국제여론도 확산되고있다. (파리.모스크바.워싱턴.런던 AFP.AP=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