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계획 일단 청신호 .. 하이닉스, LCD사업 매각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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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사업 매각을 성사시킴으로써 D램 업체들간의 경쟁에서 버틸 수 있는 실탄을 다소 확보했다.
하이닉스는 추가로 자회사 지분 등을 매각해 연내 총 5천억원을 조달해 채권단의 신규자금지원 없이도 설비투자를 진행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하이닉스가 TFT-LCD 사업부문을 매각해 자구계획이 탄력을 받음에 따라 핵심부문의 구조조정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 현금확보가 우선
하이닉스는 지난해 캔두사 컨소시엄에 TFT-LCD사업 자회사인 하이디스의 매각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바 있으나 이번에는 가격을 다소 낮춰 매각을 성사시켰다.
캔두사는 6억5천만달러에 인수키로 했었으나 자금조달에 실패했었다.
하이닉스는 D램 경기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시간을 더 끌다가는 주력인 메모리사업의 설비투자 시기를 놓칠 것으로 보고 조기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TFT-LCD를 인수키로 한 중국의 동방전자(BOE)는 이미 하이닉스로부터 STN-LCD 사업을 인수해 양사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
또 상장기업인 데다 시티은행을 주간사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어서 인수계획이 중도에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하이닉스는 보고 있다.
하이디스는 LCD업계 시장점유율 5%(8위)인 업체로 상반기중 4천6백여억원의 매출에 7백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우량한 회사다.
BOE는 단계적으로 공장을 중국 본토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첨단 TFT-LCD 사업과 기술이 중국에 통째로 넘어감으로써 중국이 한국을 추격하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는 세계 LCD 업체들이 조립공장을 짓고 있는 단계다.
하이닉스는 하이디스 매각대금 3억8천만달러중 정산을 하고 나면 4천억원 가량이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대오토넷 등 관계사 지분중 일부를 추가 매각하면 1천억원 정도를 더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채권단이 채무조정만 해주면 신규 지원 없이도 적정 투자를 해가며 생존해 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이닉스의 올해 설비투자규모는 5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비해서는 투자규모가 작지만 고가의 장비가 없어도 되는 블루칩과 프라임칩기술을 확보, 마이크론 등과의 경쟁에서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이닉스반도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형량 전무는 설명했다.
◆ 구조조정 본격화 전망
채권단은 일단 구조조정 자문사인 도이체방크가 하이닉스 구조조정 보고서를 내주초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구조조정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도이체방크는 최종 보고서에서 LCD와 비메모리 등 비핵심 자산을 우선 처리하고 채권단의 부채탕감 등 채무조정을 통해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메모리 부문의 매각도 병행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선(先) 정상화 후(後) 매각 '에서 '정상화.매각 병행 추진'으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이는 조기 매각을 종용하는 정부 입장과 인수 희망자가 없는 현실을 절충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또 마이크론 등 인수 후보가 주가하락 등으로 인해 하이닉스의 메모리 부문을 당장 인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했다가 발생할 수 있는 헐값 매각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어쨌든 채권단은 도이체방크 보고서를 받아본 뒤 내달중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어 하이닉스의 부채탕감과 채무만기 연장 등 채무 재조정 방안 결의를 추진키로 했다.
채무 재조정 방안이 확정되면 비메모리사업의 분리.매각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현재 비메모리 부문은 사내회사 형태로 분리 작업을 상당부분 마친 상태.
하이닉스는 유럽계 금융회사와 일부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비메모리 부문 매각협상을 깊숙이 진행하다가 중단했다.
하이닉스는 지식재산권 등 문제 때문에 최소한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비메모리사업에서 일정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성택.차병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