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장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개인투자자들이 경영권을 속속 넘겨받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의 경우 투자자들과 기존 경영진간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드림스튜디오(DDS) 위자드소프트 그라비티 등 주요 게임개발사의 경영권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 게임·애니메이션 제작사인 DDS는 최근 이정근 대표이사가 사실상 자리에서 물러나고 개인 투자자인 김영성씨가 총괄사장을 맡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사장과 기존 경영진은 보유 중인 지분의 상당수를 회사와 김 사장측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전문회사인 자이드 인베스트먼트 출신인 김 사장은 DDS가 코스닥 등록에 실패한 후 주총 결의로 파견됐으며 회사 운영을 둘러싸고 기존 경영진과 갈등을 빚어 왔다. 이에 따라 이달 초 이 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사장은 조만간 나머지 지분을 정리해 DDS와 완전 결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DDS 경영권을 장악한 김 사장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재무·마케팅 담당 임원과 감사에 투자회사 출신들을 영입했으며 일부 임직원과 사업부에 대해선 권고사직과 통·폐합 등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일부 이사진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상태다. PC게임 유통사인 위자드소프트도 개인투자자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18%의 지분을 인수,최대주주로 부상한 메가베이스는 최근 설립된 비즈니스 컨설팅업체로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지난 7월 야후코리아 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용갑씨다. 이씨는 위자드소프트의 지분 인수 직후 문화콘텐츠진흥원 출신인 권용만씨를 신임 부사장으로 임명하고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 이씨측은 PC게임 유통인 주력사업을 온라인게임 분야로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최근 창업자인 김학규씨가 퇴사한 그라비티도 최대주주인 김정률씨가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케이드게임 개발사인 어뮤즈월드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김씨는 신임사장 선임과 게임 유료화 등 주요 의사결정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 비전문가인 투자자들이 게임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