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1:34
수정2006.04.02 21:38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지역 내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사업이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다.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이 지난 90년 초부터 전국 각지에서 공동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사장돼 가고 있다.
이는 참여기업들의 주인의식이 모자란 데다 △사업에 대한 자금지원 부족 △마케팅과 전시장 운영 등 협조체제에서 손발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에서 신발과 섬유산업 활성화를 위해 부산시와 부산은행 등 49개 지역금융기관과 중소기업은 지난 97년10월 5억4천만원을 출자해 '테즈락'를 세워 똑같은 이름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테즈락'은 경영난으로 개인업체에 넘어갔으며 이 브랜드의 신발과 의류는 매장에서 팔리지 않고 있다.
'테즈락'이 실패한 것은 영입된 전문경영인이 부산시와 많은 주주들로부터 지나치게 간섭을 받는 바람에 책임경영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경북 지역도 공동브랜드를 수년 전부터 개발했으나 품목수만 많이 냈을 뿐 확실하게 인지도를 개선하지 않아 제대로 팔리는 상품을 확보하지 못했다.
대구시는 지난 96년 공동브랜드인 '쉬메릭'을 개발, 2년 뒤부터 일상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생산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19개 중소기업에서 양말 안경테 우산 손수건 넥타이 등 17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쉬메릭' 상표를 쓰다가 부도 등으로 사용을 중단한 업체만도 5개사에 이르는 데다 일부 업체는 인기를 끌지 못하는 공동 브랜드를 포기하는 대신 자체 상표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경상북도에서는 10개 중소기업이 지난 2000년부터 '실라리안'이란 공동 브랜드를 개발했지만 '쉬메릭'과 생산품목이 겹치는 데다 차별화에도 실패,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 주방용품 브랜드인 '로자리안'은 지난 96년부터 인천시 연수구에 공동 전시장을 열고 바이어 상담에 나섰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브랜드 사업이 유명무실해졌다.
광주.전남 중소기업청의 김광수 공업연구관은 "공동브랜드 사업은 해외 틈새시장 공략까지 염두에 두고 참여업체를 뽑아야 하며 상표 및 제품관리 마케팅 자금지원 등에서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