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투자가들이 9.11 테러 후 그들의 계좌를 수사 대상으로 삼은 미국의 조치에 반발,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대미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위크가 30일자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이 이야기가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증시를 공포에 떨게 하고 달러가치를 하락시키며, 미국과 사우디왕가 사이의 불화설에 기름을 끼얹고 있지만 이 소문에 대한 반응으로 볼 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달 사우디 투자가들이 올들어 미국 시장에서 2천억달러 상당의 자금을 회수했다고 톱기사로 보도, 사실 여부 논쟁이 촉발됐다. 뉴스위크는 그러나 미국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투자가들이 미국에서 일부 자금을 회수하고 있듯이 사우디 투자가들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며 2천억달러라는 숫자도 십중팔구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2천억달러라는 액수를 처음 인용한 외교협회(CFR)의 유세프 이브라힘 선임연구원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런던 은행가들과의 개인적 대화를 통해 이 숫자들을 집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의 대미 투자 흐름에 대한 미 재무부의 자료 안에는 대부분 사우디인들의 기금으로 구성된 '기타 아시안(Other Asian)'이라는 카테고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4-6월 사이 '기타 아시안' 기금을 통해 미국 주식 및 채권 시장을 빠져나간 자금은 10억달러에도 못미친다. 런던 소재 컨설팅 회사인 '포캐스트(4Cast)'도 사우디 자금 문제를 다룬 최근 보고서를 통해 투자가들이 제네바나 런던 소재 은행을 통해 미국 자산을 매각할 수 있으며 이런 매각은 사우디인보다는 스위스인이나 영국인에게서 기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많은 투자가들이 이런 소문을 믿으려 하는 이유에 대해 전쟁으로 인한 긴장감과 미국 시장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그렇지만 사우디 투자가들이 미국 투자에 대해 주의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계 종사자들은 대부분의 9.11 테러범이 사우디인이고 미국 대테러 조사관들이 아랍인들을 조사하고 있으며 그들의 자금 유입과 알 카에다와의 연계를 추적 중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한편 뉴스위크는 '외부인을 탓하라'라는 식의 이런 소문이 세계 시장을 초조하게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며 지난 1960년대 해롤드 윌슨 전(前) 영국 총리가 과대평가된 파운드화의 통화를 수축시킨데 대해 '취리히의 은행가들'을 공격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