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적하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 제도와 관련된 최대 애로는 무엇일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식재산권 제도의 애로요인에 관한 실태조사'결과 조사대상 기업 중 70% 이상이 '늑장특허'를 지목했다고 발표했다. 전경련 보고서를 보면 특히 특허의 경우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긴' 특허 심사기간을 불만으로 꼽은 기업들이 80%에 이르고 있다. 기업들은 출원에서 등록까지 평균 29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응답했다. 프랑스 8개월,독일 10개월,미국 13.6개월과 비교하면 2∼3배에 달하는 기간이다. 과거에 특허출원이 가장 길었던 경우들을 뽑아서 평균을 내면 4년(48개월)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품 및 기술의 수명주기는 갈수록 짧아져 지금은 길어야 5년,짧으면 2∼3년이다. 이런 추세인데도 심사기간이 이렇게 길다면 특허등록을 해봐야 실제 권리기간은 얼마되지도 않는 셈이다. 사업화에만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특허등록이 주식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하다. 심사관 1명당 연간 심사건수가 미국의 5배에나 달할 만큼 심사관이 부족한 것 등 열악한 특허인프라가 근본원인이다. 특허를 창출하는 것은 민간이고 인프라는 정부가 할 일이라고 볼 때 정부가 기업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다. 지금 밖을 보면 특허인프라 경쟁이 한창이다. 특허전략이 갈수록 기업들에 중요해지고 있으니 각국 정부는 경쟁력 차원에서 인프라 확충에 바쁘다. 13.6개월도 길다며 향후 5년 내 30% 단축을 목표로 특허심사 인력확충에 나선 미국 정부는 그 대표적 예다. 대공황 이후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반독점(anti-trust)법을 선호했던 미국 정부다. 특허독점권을 대공황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던 일단의 예일학파 경제학자들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강한 미국(Strong America)'을 슬로건으로 한 레이건 정부는,자유경쟁을 주창한 시카고학파를 지지하며 '특허중시(pro-patent)정책'으로 돌아선다. 당시 일본의 거센 도전 속에서 생존차원에서 특허를 바라보기 시작한 미국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주된 배경이다. 이 기조는 정권의 변화에 관계없이 2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허인프라가 획기적으로 확충됐음은 물론이다. IT 바이오 등 미국 신산업의 경쟁력은 이와 무관한게 결코 아니다. 대상과 시기만 다를 뿐 중국의 거센 도전 속에서 특허를 생존수단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특허청은 심사인력을 점차 늘려 2005년쯤에 가면 심사기간을 15개월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한시가 아까운 판에 그 때까지 기다려야만 될 일일까. 현 정권이 불필요한 정부조직을 없애고 정원을 줄이는 등 작은 정부에만 성공했던들 정말 필요한 분야의 인력충원이 진작 이뤄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