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연휴 극장가에선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영화잔치가 벌어진다. 한국영화의 경우 '가문의 영광' '연애소설' '성냥팔이소녀의 재림' 등 화제작들이 잇따라 개봉돼 관객몰이에 나섰다. 외국영화도 '로드 투 퍼디션'을 비롯 '버추얼웨폰' '파워퍼프걸' '레인 오브 파이어' 등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의 내용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에서 부터 인생의 단면을 진지하게 성찰한 묵직한 작품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가문의 영광 김정은 정준호 유동근 성지루 박근형 등이 출연한 조폭코미디. 전남 여수의 조폭 가문이 서울법대 출신의 청년을 사위로 맞이하기 위해 펼치는 코믹작전을 그렸다. 엘리트 사업가 박대서(정준호)는 어느날 침내에서 깨어난뒤 화들짝 놀란다. 낯모르는 여자 장진경(김정은)과 함께 동침한 것이다. 박대서는 곧 장진경의 세 오빠들로부터 책임지라는 협박을 받고 진경의 집에 소환된다. 장씨의 집은 으리으리한 궁궐 같지만 집안 사람들의 말투에선 무식이 뚝뚝 흐른다. 김정은의 코믹연기, 유동근의 연기변신이 돋보인다. 조폭들의 액션은 양념. '현상수배'의 정흥순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장선우 감독의 액션 팬터지 영화. 게임광이자 중국집 배달부 주는 어느날 거리에서 성냥팔이 소녀를 만나 라이터 하나를 산 뒤 라이터에 적힌 전화번호를 통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게임에 접속한다. 게임의 주인공 소녀를 얼어죽게 만들어야 승자가 되지만 주는 소녀를 살려 사랑을 얻고자 시스템에 도전한다. 트랜스섹슈얼 무용수 진싱을 비롯한 주인공들의 다양한 액션과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된 영상이 볼거리다. 임은경, 김진표, 김현성, 진싱 등 출연. 연애소설 순수하기에 서툴 수 밖에 없는 사랑의 실체를 담아낸 멜로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지환(차태현) 앞에 단짝친구인 수인(손예진)과 경희(이은주)가 나타난다. 지환은 수인에게 첫 눈에 반한 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하지만 지환은 그들에게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세 사람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지고 경희와 수인은 지환에게 불편해졌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나버린다. 그로부터 수년후 지환은 이들의 추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이한 감독 데뷔작. 차태현 이은주 손예진 출연.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와 문소리가 주연한 멜로물. 뇌성마비장애인과 전과 3범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형 대신 교도소에서 생활하다 막 출소한 홍종두(설경구)는 전과 3범이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는 빈 집에 누워 라디오를 들으며 벽걸이 양탄자 '오아시스'를 보는게 낙이다.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식물과 다를 것 없는 공주에게 어느날 종두가 찾아와 서로 가까워진다. 어느날 둘은 공주의 아파트에서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다 우연히 방문한 공주의 오빠에게 들켜 종두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버림받은 자의 사랑과 그들을 주시하는 사회인의 시선을 극적으로 포착해 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및 신인배우상 수상작품. 둘 하나 섹스 김수영 시인의 시세계에서 끌어낸 죽음의 이미지를 섹스와 결부시켜 표현한 작품. 서른살 커플과 열아홉살 커플이 각각 탐닉하는 섹스를 두가지 이야기로 전개하다가 인과관계로 묶어 한가지 이야기로 매듭짓는 특이한 구조. 서른살의 남자와 여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오로지 섹스만 즐긴다. 현금수송차를 털어 그 돈을 거리에 뿌리고 처음 만난 곳 고궁처마 밑에서 총탄세례를 받는다. 또 열아홉살짜리 남자와 여자는 버스에서 만나 스무살까지만 살자고 다짐하고 옥상에서 본드를 마시고 춤을 추며 섹스한다. 극도로 생략된 이야기구조때문에 일반관객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이지상 감독의 독립영화. 김중기.서정 주연. 보스상륙작전 정치깡패들이 대선자금을 모금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검찰은 고급룸살롱을 차려 체포작전에 들어간다. MBA 출신의 엘리트 조폭이 미모의 호스티스에 빠져 있다는 첩보를 받고서다. 웨이터로 분장한 검사, 호스티스로 변장한 여경 들이 조폭 일당과 코믹대결을 벌인다. 룸살롱 모습이 눈길을 끌지만 극의 짜임새는 촘촘하지 않다. 김성덕 감독의 조폭 코미디. 정운택, 김보성, 이지현, 안문숙 주연. 로드 투 퍼디션 '죽음의 천사'로 불리는 마피아보스의 양아들 '마이클 설리반'(톰 행크스)은 사랑하는 두 아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보스의 친아들 '코너'와 함께 라이벌 조직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하러 갔다가 코너의 우발적인 살인행각에 동참하고 만다. 이같은 광경이 마이클의 큰 아들 '마이클 주니어'에 의해 목격되자 코너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마이클 일가를 처참하게 살해한다. 마이클과 큰 아들은 간신히 목숨을 건진 뒤 보스(폴 뉴먼) 일가를 상대로 복수의 여정에 나선다. 대공황기 미국 암흑가를 배경으로 했다. 뭉클한 부정(父情)이 감동적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아메리칸뷰티'의 샘 멘데스 감독의 두번째 작품. 톰 행크스, 폴 뉴먼, 주드 로 주연. 레인 오브 파이어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한 익룡과 인간의 대결을 그린 SF액션. 2084년 핵전쟁으로 파괴된 런던에 익룡이 나타난다. 익룡은 불을 뿜어 인간문명을 태운 다음 그 재를 먹고 급속도로 번식한다. 영국인 퀸(크리스찬 베일)은 극소수의 생존자들을 규합, 폐허가 된 성을 방공호로 개조하여 익룡들과의 전투에 대비한다. 이때 미군 해병대 출신의 용병 밴젠(매튜 메커너히)이 이끄는 장갑차 및 헬리콥터가 나타난다. 퀸과 밴젠은 처음엔 동맹관계였지만 마찰을 빚고 대립관계에 빠진다. 가상동물 익룡의 불은 화려하지만 스토리라인은 엉성하다. 영화 'X파일'의 롭 바우만 감독. 매튜 매커너히, 크리스찬 베일, 이자벨라 스코룹코 등 출연. 버추얼 웨폰 두 자매와 한 여형사가 펼치는 액션스릴러. '컴퓨터엔젤'로 불리는 린(서기)은 컴퓨터업계의 거물 초우 루이를 암살한 뒤 동생 수(조미)와 인공위성을 동원한 월드파노라마 시스템의 도움으로 감시망을 뚫고 홀연히 사라진다. 이 사건의 조사를 맡게 된 강력계 여형사 홍(막문위), 린 자매를 추적하는 킬러들과의 쫓고 쫓기는 액션이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송승헌이 린의 애인으로 등장한다. 감독 원규. 서기, 막문위, 조미, 송승헌 등 출연. 파워 퍼프걸 크레이그 매크래켄 감독이 방송용 애니매이션을 극장용으로 연출한 세 영웅소녀의 무용담. 범죄가 판치는 도시 타운스빌에서 유토늄 교수는 설탕과 케첩, 마요네즈 등을 배합해 세 소녀를 탄생시킨다. 그때 그의 조교 원숭이인 '조조'가 신비의 물질 '케미컬 X'를 몰래 섞어 세 소녀는 초능력을 소유하게 된다. 이름하여 '파워 퍼프 걸'. 맹랑소녀들은 슈퍼파워로 본의아니게 타운스빌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한편 조조는 케미컬X에 노출돼 괴물로 변한뒤 지구 정복을 꿈꾼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