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2동 제일기획 사옥 6층엔 요즘 웃음꽃이 활짝 폈다. 브라질과 인도 출신의 청년 광고인 3명이 최근 제작본부에 합류하면서 사내 분위기가 몰라 보게 달라졌다. 신선한 "가을 바람"을 몰고 온 주인공은 브라질인 까를로스(31)와 미쉘(24),그리고 인도인 미르날(28).이들은 제일기획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에 따라 현지에서 채용한 사원들로 지난 2일부터 낯선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요즘엔 사내에서 사람을 만나면 서툰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브라질과 인도는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로 뉴욕 클리오 칸 등 국제 광고제에서 해마다 여러편의 수상작을 내고 있는 광고 제작분야의 선진국.브라질에선 "아이를 낳아 성공시키려면 축구나 광고를 시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광고 업종이 인기다. 인도 역시 영국의 영향으로 광고 제작 수준이 세계적이다. 대학을 나와 광고회사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 대우가 보장되는 우리와 달리 브라질과 인도에선 아트디렉터(AD)가 되기전까지는 눈물 겨운 훈련 과정을 거치는게 보통이다. 보수도 시원치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일단 AD가 되면 상황이 달라져 10만~15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제일기획은 이들 3명에 대해 현지 광고 회사에서 삼성 대우 도요다 베네통 등의 광고를 제작하며 AD로 활동한데다 자국 광고제에서 입상한 경험이 있는 검증된 인물들이라고 소개했다. 인사팀 길기준 차장은 "브라질과 인도는 광고 제작에서 중요한 디자인 컬러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해 있다"며 "이들의 아이디어가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다른 광고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기획이 외국인을 한국에서 근무토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미국인 마이클 문(41)과 스티브 쇼름(43)이 각각 글로벌브랜드전략팀장(상무급)과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외국인 채용은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무를 담당할 외국 인력을 해외에서 직접 채용하기는 처음이라는 점과 제일기획 직원들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 바로 그것.지난해 브라질 연수를 다녀온 우수사원들은 인원이 고작 10~20명인 현지 광고회사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 높은 제작물을 쏟아내는 것을 목격하고 "실무급 인력을 뽑아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회사측에 전달했다. 제일기획은 이 제안을 적극 수용,이성구 제작본부장(전무)등 채용팀을 현지로 특파,면접과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친 뒤 이들 디자이너 3명을 최종 선발했다. 제일기획은 앞으로 "시시때때로" 우수한 외국 인력을 적극 채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미 브라질 출신으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브랜드 컨설턴트 1명을 뽑아 10월부터 국내에서 근무토록 하는 등 "외국피 수혈"을 제작분야는 물론 마케팅 분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7~8월엔 미국 중국 인도 등지의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신입사원 30여명을 선발하기도 했다. "국적 불문하고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라"를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방침을 계열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실천에 옮긴 제일기획과 "광고는 만국 공통의 언어"라며 한 목소리로 말하는 까를로스,미쉘,미르날 등 3명이 어떤 광고 제작물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