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9개월만인 지난 78년 미국인 양부모에 입양된 딸과 생부가 16일 전남 함평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딸 앤 셀먼(한국명 노정애.25.영국 거주)씨와 아버지 노병찬씨(53.광주시 두암동)는 이날 오후 2시 함평군 종합민원처리과에서 24년만에 처음 만난 뒤 한동안 눈물바다를 이뤘다. 아버지를 찾는 앤의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노씨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면서 "내가 거두지 못한 딸을 이렇게 잘 키워준 양부모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눈시울을 적셨다. 노씨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까무잡잡한 피부 등이 나를 쏙 빼 닮았다"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남편과 튼튼한 아들까지 둔 어엿한 주부로 나타난 딸의 모습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영국인 남편, 2살짜리 아들과 함께 동남아를 여행하던 앤은 5일전 서울에 도착했을 때 만해도 생부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앤은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생전에 함평에서 살았다는 할머니의 집을 한번 둘러보기 위해 함평을 찾았다가 군 민원실 직원들의 열성적인 도움으로 기적적인 부녀상봉을 하게 됐다. 앤은 24년 전 아버지가 생업을 찾아 의정부로 떠난 후 병든 어머니(병사 추정)와 할머니 셋이 살다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할머니가 목포 공생원에 맡겨 미국 메세추세츠주로 입양됐었다. 추석인 오는 21일 출국하는 앤은 그때까지 광주 생부의 집에서 기거하며 애틋한 부녀의 정을 나누게 된다. (함평=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chog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