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와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업계가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사례는 이같은 신경전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통사와 금융업체간 갈등은 모바일 결제방식중 카드기반 결제방식이 본격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카드회사 등 금융업계는 이동통신업계의 모바일 결제시장 진출을 처음엔 유사금융업이라며 비난했지만 곧 어쩔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였다. 이동통신업계도 그렇지만 카드업계로서도 모바일 전자상거래가 확산될 경우 모바일 결제 서비스 수요 또한 늘 수밖에 없다고 인식한 것이다. 단말기에 별도의 스마트카드 리더스롯(reader-slot)을 장착해 결제하는 카드기반 방식에선 서로 협력하는 양상을 보였다(1999년 프랑스텔레콤 서비스). 가입자 인증모듈은 이동통신회사가 관리하지만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칩카드를 이용한 것으로 서로의 영역을 침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런 협력이 가능했다. 그러다가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저장한 IC칩을 이동통신단말기에 내장하는 소위 '듀얼칩'이 등장했다. 작년부터 헬싱키 지역에서 노키아 비자인터내셔널, 노르다은행이 공동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들은 이 방식까지도 호의적이다. 금융결제 IC칩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까닭에 이동통신회사에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가입자 인증기능과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결합한 '원칩'(One-Chip) 결제방식이 등장하면서 알력이 시작됐다. 이렇게 되면 수수료 배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이 원칩의 발급 주체가 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지배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갈등은 표준화 다툼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mSign' 컨소시엄을 형성,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 하고 있다. 반면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들은 'Mobey Forum' 'MoSign' 등을 창설, 역시 자신들에 게 유리한 표준화를 주도하려 한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동통신회사가 주도권을 쥔다면 카드 등 금융업 전반에 걸친 규제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