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전약후강'의 흐름을 선보이며 하루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개장초 엔 강세를 반영, 1,200원을 밑돌던 흐름은 이후 엔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반등폭을 확대하는 궤적을 그렸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119엔대에서 낙폭을 확대했으나 달러/원은 이를 무시하고 역외매수, 결제수요 등의 수급상황에 반응했다. 업체 네고물량이 간간히 공급됐으나 역내외 매수세가 이를 많이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주 추석을 앞두고 모멘텀 부재로 인해 시장의 박스권 탈출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40원 오른 1,203.8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이날 고점은 1,204.50원, 저점은 1,198.50원을 기록했다. 환율 하루 변동폭은 6.00원으로 앞선 나흘간 진폭이 4원 이하였던 흐름에서 약간 확대됐다. ◆ 추석목전, "박스권은 계속 된다" = 박스권내에서 '탈출구없는' 장세가 연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된다. 추석을 앞둔 자금마련을 위해 네고물량의 출회가 예상되는 측면이 있으나 최근 결제수요가 아래쪽에서 단단한 둥지를 틀고 있다. 향후 미-이라크전에 대비, 헤지 수요에 나선 기업들로 시장 달러가 충분치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중 달러/엔 동향에 달러/원이 디커플링(차별화)되는 측면이 있으나 박스권을 벗어날 만한 모멘텀은 여전히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박스권 상단을 테스트할 여지는 조심스레 점쳐진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과 상관없이 엔/원 저점 인식 때문에 이를 이용한 매매가 적극적으로 이뤄진 것 같다"며 "정유사 결제와 역외의 공격적인 매수로 개장초 네고물량을 보고 달러매도초과(숏)상태였던 일부 세력이 달러되사기(숏커버)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방향성은 없는 데 결제수요가 계속 들어오면 다음주 추석을 앞둔 장세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달러/엔이 반등해 준다면 다음주중 1,210원까지 상승여력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른 딜러는 "업체 네고가 간헐적으로 나왔으나 정유사 결제, 역외세력의 지속적인 매수세가 환율 상승을 유도했다"며 "달러/엔이 빠져도 수급상 뒷받침이 안 돼 달러/원의 하락은 제한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 추석을 앞두고 네고물량이 얼마나 나올 지가 관건이지만 헤지성 선 결제에 나선 업체들도 많아 하방 경직성도 있을 것"이라며 "아래쪽으로는 1,197원, 위로는 고점을 높여 1,207∼1,210원까지 박스권 상단을 테스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고개숙인 달러/엔 = 달러화가 9.11 테러 1주년을 무사히 넘겼지만 경제지표상 부진과 뉴욕 증시 하락으로 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은 이날 상승 기조를 일단락 짓고 하락 조정됐다. 그러나 달러/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달러/엔은 전날 뉴욕에서 미국 경제지표 부진, 증시 하락으로 이레만에 하락, 120.02엔으로 마감한 뒤 이날 도쿄에서부터 119엔대로 추가 하락했다. 달러/엔은 장중 정체된 흐름을 보이기도 했으나 장중 119.40엔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런던장에서 소폭 반등, 한국시각 오후 4시 44분 현재 119.86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엔 강세 속도를 원화가 전적으로 좇지 않아 100엔당 1,003원선으로 올라섰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92억원의 매수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52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닷새째 주식순매수 였으나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40원 낮은 1,200.0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저점인 1,198.50원까지 떨어진 뒤 결제수요 등으로 1,199원선으로 되올랐다. 이후 달러/엔 반등을 빌미로 환율은 10시 20분경 1,200.70원까지 상승했으나 업체 네고와 달러/엔 재반락으로 한동안 1,200원을 놓고 시소했다. 그러나 오전장 후반 역외매수세가 유입된 환율은 11시 56분경 1,201.40원까지 올라선 뒤 1,201.1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낮은 1,200.8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1,200.70원을 기록한 뒤 달러/엔 반등과 함께 1시 46분경 1,202.00원까지 올랐다. 이후 1,201원선에 붙박혀 있던 환율은 역외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 3시 45분경 고점인 1,204.50원까지 올라선 뒤 고점 매물로 반락, 1,203원선에서 배회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1억5,900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3,4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4,520만달러, 3억1,720만달러가 거래됐다. 16일 기준환율은 1,201.4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