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찌든 사람들은 흔히 "웬수 같은 놈의 돈"이라며 돈을 원망한다.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위기를 돈에 대한 탐욕과 병적인 이윤 추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진단하면서 돈에 '악마의 옷'을 입힌다. 하지만 인간의 행태가 이런 위기를 초래했을 뿐 돈에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돈의 비밀'(박종대 옮김, 사람과책, 1만2천원)을 쓴 쿠르트 테퍼바인은 이렇게 주장한다. 돈의 실체를 모른 채 돈만 나무라고 있기 때문에 돈에 얽매여 산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돈의 비밀'을 잘 파악해야 돈에 지배당하지 않고 오히려 돈을 지배하며 삶의 안정과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돈에는 세 가지 비밀이 있다고 테퍼바인은 설명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세상의 부(富)가 한정돼 이를 놓고 다투다 보니 빈부에 차이가 일어난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이는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 부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첫째 비밀이다. 두번째 비밀은 돈과 권력의 상관관계다. 돈을 능숙하게 다루면 권력도 능숙하게 다룬다는 것. 여기서 권력이란 정치권력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재능과 잠재력을 지배하는 능력이다. 자신의 무한한 내적 잠재력을 발현하면 무한정한 에너지(돈)를 창출한다는 얘기다. 세번째 비밀은 돈이 악의 근원이 아니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사실이다. 문자의 발명이 지식과 기술,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전승·발전시켜온 것처럼 돈은 시장과 공동체를 보다 큰 단위로 엮었다. 유로라는 단일 화폐가 유럽의 제 민족과 국가들을 통합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돈은 또한 사람간, 지역간 협력을 촉진하고 은행제도 같은 새로운 경제시스템과 사회체제까지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저자가 돈을 무조건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행복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다만 돈을 터부하는 데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매개체로 삼자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돈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원칙과 길을 제시한다. 그것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스템을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다. 돈이 에너지라면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시스템에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출에 브레이크를 걸어 번 것보다 덜 쓰는 것이 시스템 전환의 첫 단계다. 돈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낭비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 다음 단계는 저축, 마지막이 창조적 활동을 통한 부의 축적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씨앗(저축한 돈)을 비옥한 대지(높은 수익률)에 뿌려서(투자) 풍성한 수확(수익)을 거두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해서 부를 쌓으면 성공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저자는 "돈을 동화처럼 아름답게, 대가답게 다뤄야 한다"고 주문한다. 생활에 필요한 최고 한계 이상의 수입을 사회에 기부하고 나눔으로써 이웃과 공동체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 성공의 마지막 단계라는 설명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