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과학영재학교인 부산과학고가 최근 내년도 신입생 1백44명을 뽑았다. 부산과학고가 부실화된 기존 과학고의 대안으로 고급 두뇌 양성에 본격 나서게 되는 것이다. 부산과학고는 과학기술부와 부산시가 기존 과학고를 영재교육기관으로 전환한 것으로 국내 16개 과학고 가운데 첫 사례다. 이에 따라 부산과학고는 지난 91년 설립된지 11년만에 새롭게 변하게 된 것이다. 부산과학고가 이렇게 변한 원인은 간단하다. '과학영재 교육'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과학고를 과학영재 교육의 중심 축으로 키워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형편없다. 대학입시 내신성적에서의 불리한 평가로 인해 과학고생들은 잇따라 자퇴를 하면서 정상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나마 상당수가 이공계가 아닌 의대 치대 약대 등으로 진학하고 있다. 전국 15개 대학에 설치된 과학영재교육원(옛 영재교육센터)도 제 구실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영재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다 자퇴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과학영재교육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과학영재 교육 부실화 원인 =현재의 입시위주 교육풍토에선 우수한 과학영재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우수한 영재를 키워 내는 것도 어렵다. 수능시험 성적의 전국 백분율에 따라 내신등급을 환산해 매기는 '비교내신제'의 폐지가 부실화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98학년도부터 비교내신제 폐지로 내신등급에서 불이익을 받은 과학고생들이 학교를 떠나기 시작했다. 과학고 자퇴생은 지난 98년 3백82명에서 99년엔 4백3명으로 급증했다. 2000년부터 자퇴생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학생 이탈문제로 여전히 몸살을 겪고 있다. 과학영재교육원도 학생들의 자퇴로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센터의 자퇴율은 설치 초기인 지난 98년 7.9%에서 2000년에는 14.6%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의과계열 선호도 과학영재교육 부실화를 부추기고 있는 요인이다. 과학고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의대 치대 한의대를 목표로 하면서 과학교육이 부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2학년의 경우 대부분 과학고에서 졸업생의 20∼40%가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과학영재의 이공계진학에 혜택 넓혀야 =비교내신제 시행 마지막 해인 98학년도엔 과학고 졸업생 가운데 5백89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폐지된 99년에는 1백65명으로 급감했다. KAIST 포항공대와 달리 서울대의 경우 수능 성적 상위 10% 이내라는 단서조항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과학고교장회는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서울대 총장에게 "재외국민특별전형이나 농어촌학생을 위한 특별전형처럼 과학고 학생들이 동일 계열에 진학할 때 이공계 정원의 10%에 해당하는 수만큼 특별전형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배희병 과학고교장회장(한성과학고교장)은 "서울대 공대 입학생중 과학고 출신은 지난 98년 31.9%에서 2002년엔 5.3%로 줄었지만 공대 우등 졸업생중 과학고 출신은 최근 3년간 36∼40%선을 유지할 만큼 과학고출신들이 우수하다"며 특별전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과학영재교육 관리를 일원화해야 =기존 과학고의 경우 교육인적자원부가 관리하는데 비해 부산의 영재학교(기존 부산과학고) 담당부처는 과학기술부다. 과학고 관리가 2원화된 것이다. 현재 부산 영재학교에는 설비투자를 위해 1백억원이 지원됐다. 다른 15개 과학고에는 3억∼4억원이 배정됐다. 따라서 과학고들이 과기부 산하로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경우 일반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청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특별한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기존 과학고를 살리기 위해선 관리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 영재교육 전문교사를 양성하라 =부산 영재학교의 경우 전국에서 학생을 뽑았지만 교사들은 기존의 부산과학고 소속이다. 이에 따라 KAIST는 교수급 6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과학 영재교육을 맡을 전문 교사가 태부족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박인호 인천대 과학영재교육센터장은 "과학영재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온 러시아의 경우 콜름모고르프과학고 교사 전원이 모스크바대 교수이고 이들은 평균 학생 3명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석희 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실장은 "은퇴한 교수나 연구원들을 영입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문제를 제기하는 영재들을 인내심을 갖고 지도하고 역할 모델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