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중대장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허원근 일병.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의 죽음이 아닌 타살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MBC PD수첩 '닫혀버린 진실,군 수사를 말한다'(10일 오후 11시5분)는 허 일병 사건을 통해 베일에 싸여있는 의문사 사건들과 군 수사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군복무 중 총기를 훔친 혐의로 3년10개월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던 정모 중사 등 3명.이들의 자백은 군 수사기관의 폭력에 못이겨 이뤄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족들의 노력으로 이들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가해자들이 군대에 20년 동안 근무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를 선고받아 다시 한번 상처를 입어야했다. 김천의 한 병원에는 4년 동안 차가운 냉동고에 보관돼 있는 2구의 시신이 있다. 군 복무 중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나모 이병과 김모 중위다. 아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지기 전에는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가족들에게 돌아온 것은 소송과 가압류 뿐이었다. 지난 3월 사망한 반모 일병과 7월 사망한 박모 일병의 유족도 사건의 진실규명을 요구하다가 군 측으로부터 공무집행 방해 등의 이유로 고소당했다. 1998년 2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인근 초소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된 김훈 중위.2000년 재수사 당시 특별수사팀에서는 자살로 결론을 냈지만 최근 법원은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방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군의 태도는 유족들에게 아들을 잃은 슬픔보다 더 큰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이우환 PD는 "의문사 문제는 군 수사체계와 민간과의 괴리감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PD는 "의문사진상위에서 밝히는 사건들은 과거의 문제지만 지금도 1년에 3백명 가량의 군인이 숨지고 있고 군 측에서는 그 중 1백명 정도를 자살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