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들은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또 다른 주역이다. 이들 업체들은 초창기엔 화학 기계 등의 업종에 종사하다가 반도체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외국 장비업체들의 기술을 이전받아 장비 개발에 나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수준이 세계 정상급에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남아와 대만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규모도 매년 늘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설비.재료 업체는 2백60여개사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장비업체가 1백50여개사,재료업체가 30여개사,설계 등 디자인 업체가 80여개사다. 부문별로는 전공정 장비 분야가 72%를 차지하고 있고 후공정 장비가 7%,검사용 장비업체는 18%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반도체나 FAB에 대한 관련장비 업체가 3% 내외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반도체장비 산업의 시장규모는 소자업체의 신규투자 규모와 세계 반도체산업 경기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매년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이 가장 활발했던 지난 90년대 중반과 2000년의 경우 국내 장비산업은 40억달러 규모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은 14억달러 규모에 그쳤으며 지난해에도 22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는데 그쳤다. 이중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공급비율은 10~20% 수준이다. 수출시장은 매년 꾸준히 확대돼 96년 1억2천만달러 선에서 2000년에는 3억달러까지 늘어났다. 공정별로 재료 분야인 포토마스크와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는 듀폰과 피케이엘 동우화인켐 동진쎄미켐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공정은 에처,세정장비 분야에서는 티이엘 케이씨텍 한국디엔에스 에스티아이 등이 선두권이다. CVD(화학증착장치)분야에서는 선익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포진하고 있다. 검사장비 분야는 미래산업과 디아이 파이컴 등이,가스공급장치 등 플랜트 설비와 클린룸 분야에서는 신성이엔지와 삼우이엠씨 아토 한양이엔지 성도이엔지 등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장비업계는 지난해 불황기를 맞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소자업계의 신규 투자와 LCD 등 디스플레이 산업의 호황으로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반도체 장비 개발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규사업을 개척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추세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