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害로 생산격감 '四面楚歌' .. 쌀 감산정책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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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 잠긴 호남의 곡창지대 소식을 들을 때마다 딜레마에 빠집니다"
쌀 감산정책을 펴온 농림부의 안종운 차관은 6일 "감산정책을 고수해야 할 지 아니면 증산정책으로 틀어야 할 지를 결정해야 되는데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안 차관은 "내년에도 북한에 쌀을 지원할 경우 쌀 재고량이 추가로 3백만섬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농림부는 당초 올해도 작년처럼 쌀 풍년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북한에 쌀을 원조하는 등 쌀 감산정책을 여유있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수해를 입은 전국 곳곳의 논에서 쌀 생산량이 10%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다시 증산정책으로 'U턴'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태풍으로 생산 11% 줄듯=안 차관은 "정확한 수치는 피해 조사 후 밝혀지겠지만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쌀 생산량이 적어도 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종전과 달리 장마 후 일조량이 크게 모자랐던 데다 태풍 후에도 날이 계속 흐려 최악의 경우 올 생산량은 지난해 3천8백30만섬의 89%인 3천4백만섬까지 떨어질 것으로 농림부는 전망했다.
실제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전남 고흥 포두면 해창만 일대 벼논 등 4천9백56㏊가 물에 잠긴 것을 비롯 광양 1천8백42㏊,여수 9백95㏊ 등 모두 1만3백77㏊가 침·관수 피해를 입었다.
또 나주 1천7백95㏊,해남 1천7백50㏊,함평 1천4백23㏊ 등 도내 22개 전 시·군에서 모두 1만5천7백㏊의 벼가 쓰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도내 전체 벼 재배면적 21만3천㏊ 가운데 16%인 3만4천9백21㏊에서 벼 이삭이 수분 증발로 쭉정이만 남는 백수증세가 발생했다.
전북에서도 벼 1만1천2백23㏊가 쓰러지고 3백9㏊가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광주에서도 2천3백13㏊의 벼가 쓰러져 호남지역에서만 모두 2만9천2백36㏊의 벼가 도복 피해를 입었다.
◆WTO협상 혼선 우려=만약 올해 쌀 생산량이 농림부의 예상처럼 3천4백만섬에 그칠 경우 내년 태국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최소 시장접근물량(MMA)을 더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소비량인 3천4백만∼3천5백만섬을 간신히 채울 수 있다.
문제는 향후 북한과의 경제 협력이 계속될 경우 쌀 원조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에 따른 쌀 재고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
이 경우 올해와 똑같은 양(2백78만석)을 원조하게 되면 재고량은 유엔식량기구 권장재고량인 6백만섬을 웃도는 7백만섬 정도로 감소하게 된다.
여기에 내년 기후도 낙관할 수 없어 추가적인 재고량 감소도 우려된다.
실제 1993년 말 1천2백54만섬에 달했던 쌀 재고는 95년 하반기 대북지원으로 1백4만섬(15만t)을 보낸 데 이어 냉해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며 96년 재고량이 1백69만섬으로 뚝 떨어졌었다.
더욱이 오는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와의 쌀 추가개방 협상에 따른 국산 쌀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가운데 쌀 감산정책은 이래저래 도마 위에 올랐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