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연주의 소설의 대표적 작가인 에밀 졸라(1840년∼1902년)의 서거 1백주년을 맞아 대표작 중 하나인 '작품'(권유현 옮김,일빛,2만원)이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그가 1871년부터 93년까지 20여년간 집필한 20권짜리 '루공 마카르 총서' 중 14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마네와 모네 등이 일으킨 인상파 운동의 경향을 픽션 형식을 갖추면서도 대부분 있는 그대로 그린 예술소설이다. 실제 인상파 화가인 세잔과 마네를 모델로 한 주인공 화가 클로드와 그의 친구 상도즈를 통해 작가의 체험과 사상 및 감정을 밀도 있게 담고 있다. 상도즈는 졸라 자신이다. 졸라는 실제 친구였던 세잔과의 우정,곁에서 지켜본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좌절과 갈등을 클로드가 기성 화단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과정 속에 생생하게 그렸다. 졸라는 "클로드의 삶을 통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생명을 만들어내려는 피와 땀의 노력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모델로 한 주인공이 자살로 최후를 맞는 마무리에 격분한 세잔은 소설이 나온 이후 졸라와 절교를 선언했다. 인상파 화가들이 동일한 대상에 대하여 순간순간의 서로 다른 인상을 포착하듯 졸라도 이 소설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와 기후 변화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연작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작품'은 소설의 소재나 내용뿐 아니라 기법까지도 인상파 회화의 기법을 활용한 독특한 소설로 인정받고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