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2000년말 1천1백원짜리 레귤러 햄버거를 5백원에 할인 판매했다. 이 덕분에 전체 햄버거 매출에서 레귤러 햄버거의 비중이 2배 이상 커졌다. 맥도날드는 올해 5월에도 같은 행사를 벌였지만 판매는 소폭 늘어난데 그쳤다. 장기간에 걸친 할인경쟁으로 이젠 웬만해선 싸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거의 사라진 탓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할인 경쟁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품질 경쟁을 벌이며 불황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잇단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패밀리레스토랑 등 다양한 외식업종이 부상하면서 업그레이드된 소비자 입맛을 잡기 위한 것. 이같은 노력은 광고 마케팅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패스트푸드 광고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할인 프로모션'이 자취를 감추고 최근엔 품질과 맛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광고 경향도 바뀌고 있다. ◆ 할인경쟁 끝, 고급화로 승부한다 =이달초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약속이나 한 듯 신제품을 선보였다. 1998년말부터 3년간 이어진 두 회사간 가격할인과 프로모션 광고 경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 비슷한 시기에 나오기 시작한 광고 내용도 크게 달라졌다. 롯데리아는 게살이 함유된 '크랩버거' TV 광고에 탤런트 신구를 등장시켜 코믹한 장면을 연출했다.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한 광고에서 거대한 게를 잡은 노인은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며 크랩버거의 품질을 은근히 강조한다. 1년 만에 신제품을 내놓은 맥도날드도 '신(辛)불고기버거' 광고를 코믹하게 만들었다. '남자는 세번 우는 거야'라는 삼촌의 말에 조카는 울음을 멈추지만 햄버거를 한입 베어 먹은 삼촌은 오히려 눈물을 보여 망신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이 광고 역시 맛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 정통성 강조, 초심으로 돌아간다 =롯데리아 맥도날드보다 역사가 오래된 버거킹과 KFC는 '정통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버거킹은 최근 불에 구운 1백% 순쇠고기 패티로 유명한 '와퍼'를 '오리지널 와퍼'로 다시 런칭했다. 버거킹의 전세계적인 브랜드 강화 전략에 따른 것으로 지난 57년 미국에서 와퍼가 처음 나왔을 때 사용했던 조리법을 다시 채택했다. 최근 선보인 TV광고에서는 탤런트 김현수가 나와 "와퍼가 왜 와퍼지요"라는 질문에 이어 입에서 불을 뿜으며 와퍼 패티의 품질을 강조한다. 올들어 가장 먼저 가격할인 행사를 중단했던 KFC도 블루리본을 단 '오리지널 치킨'을 출시하고 11가지 양념과 커넬 할아버지를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신인 개그맨 임혁필이 나와 "치킨이 다 똑같지, 왜 꼭 KFC야"라고 여자친구에게 불평한다. 그러나 커넬 할아버지에게 이끌려 매장으로 들어가 오리지널 치킨을 먹게 된다는 내용이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문달주 국장은 "가격할인 마케팅은 매출을 조금 늘리려다 자칫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을 안고 있다"며 "브랜드 가치를 복원하는 장기적인 브랜드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