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터지는 '금융사고'] 온라인 사기 등 수법 지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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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 1월이후 올해 6월말까지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금융사고는 모두 1천55건.사고금액은 8천3백11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금융회사가 자체 해결하고 금감원에 신고하지 않은 사고도 상당수 있어 실제 발생한 금융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의 금융사고는 창구직원의 횡령과 같은 전통적 수법에서 온라인 거래망을 파고든 사기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특히 구조조정의 돌풍이 몰아친 뒤부터 계약직 채용이 보편화되는 등 금융계의 경영환경이 변하면서 일부 '금융인'이 생선가게의 고양이로 전락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 지능화하는 증권사고
최근의 증권사고는 기관투자가의 온라인 계좌를 도용하거나 증권사의 허술한 고객관리를 노린 경우로 지적된다.
23일 발생한 대우증권 2백50억원 계좌도용 사건도 범인이 사전에 치밀한 각본을 짠 뒤 그에 따라 움직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에 발생한 주가지수옵션 사기도 증권사의 허술한 고객관리를 노린 사건이었다.
신용불량자인 여모씨 등 4명이 두달간 13개 증권사에 30여개 옵션계좌를 개설해 놓고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이른바 '합성거래'로 약 1백30억원어치를 거래했다.
이들은 결국 17억8천여만원의 미수금은 갚지 않고 이익금 8억5천여만원만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옵션 합성거래라는 첨단 기법을 활용했고, 신용불량자임에도 옵션계좌개설과 거래에 아무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
현대증권 서울 자양동 지점 직원이 회사 돈을 빼돌린 사건은 무려 4년 동안의 범법행위가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에서조차도 적발되지 않아 충격을 줬다.
이 직원은 고객에게 주식 투자자금을 빌려준 것처럼 장부를 꾸며 고객계좌에서 47억원을 빼냈다.
지난 7월에는 자신이 일하던 증권사에서 고객정보를 해킹한 뒤 사이버 거래를 통해 수천만원을 챙긴 투자상담사가 구속됐고 4월에도 증권사 사이버영업부에 전화를 걸어 거래고객이라고 속이고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뒤 수천만원을 빼돌린 범죄도 발생했다.
◆ 은행도 안전지대 아니다
지난 21일 우리은행 인천지점의 한 직원이 고객예금 18억3천여만원을 챙겨 달아난 데 이어 경기도 여주의 새마을금고에선 지난 5년간 28억여원을 횡령한 유모씨(28.여)가 23일 경찰에 붙잡혔다.
대출업무를 담당하던 유씨는 예금주가 주로 차명으로 만들어 놓은 계좌 1백27개를 먹이로 삼았다.
제일은행 경기지역 지점의 김모 과장(38)은 지난 5월 모 백화점이 수납한 부가세 20억여원을 빼내 돈을 굴리다 자체감사에서 적발됐다.
외환은행의 한 직원은 거래기업 돈을 임의로 인출, 모두 40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직원은 거래기업이 대출금을 갚았으나 이를 상환하지 않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서울은행의 한 직원은 지난해말 영업점에 예치된 80억원을 임의로 인출해 주식에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경남은행(35억원) 하나은행(20억원) 제일화재(29억원) 으뜸상호저축은행(4억원) 등에서도 사고가 있었다.
은행 관계자는 "마음만 먹으면 서류조작이나 대출기일 조정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돈을 빼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원순.박민하.조재길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