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가 한국의 첨단 기초과학기술 개발의 역사를 바꿔놨다. 18개에 이르는 정부 출연 연구소를 비롯해 27개 민간 연구소들은 지난 30년동안 정보통신 항공 생명공학 화학 기계 소재 등의 분야에서 국산신기술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기술자립'을 설립 목표로 내걸고 한국을 기술 후진국에서 탈출시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지난 1986년 3월1일은 한국 통신산업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날이다. 국산 기술로 개발한 전전자교환기(TDX)를 이용해 무주 전곡 등 전국 4개 지역의 2만4천개 전화 회선이 개통된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10번째 전자교환기 생산국이 됐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거둔 통신분야 기술개발의 대표작이었다. ETRI는 이 외에도 비동기전송모드(ATM) 스위칭 시스템, 주전산기, 초고집적반도체 등 굵직굵직한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96년에는 7백81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개발, 한국을 당당히 통신강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ETRI가 이들 기술을 포함, 주요 7개 분야에서 올린 시장 창출 효과는 무려 1백6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도 82년부터 7년간의 연구 끝에 무공해 세제용 물질 '제올라이트(Zeolite)'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개발로 연간 1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올렸다. 연간 3천만달러 규모로 수출도 했다. 반도체 칩을 만드는데 쓰이는 실리콘다결정제조공정을 세계 두번째로 개발, 독일 바커케미트로닉스사에 수출하기도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얼마 전 한국산 무당거미의 먹이 섭식 방식을 연구, 고효율 단백질 분해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세계 최초로 분리해 냈다. 이를 활용한 산업 이용기술도 개발, 세계 효소시장에서 연간 5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9년 항공우주연구원이 아리랑 1호 발사에 성공한 것도 한국의 항공.위성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례로 꼽힌다. 이로써 한국도 항공기술 후진국에서 마침내 탈피, 위성시대 기술개발 경쟁대열에 끼어들게 된 것이다. 한국기계연구원도 96년 플라즈마 탈황산.탈질산 시스템을 개발, 그린 라운드에 대비한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