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는 향후 5년간의 '국가 산업기술정책 방향'을 수립해 이를 각 지방정부에 통지했다고 한다. 국가경제무역위원회 등 4개 부처가 마련했다는 이 정책엔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이 한가지 있다. 정보통신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첨단기술의 집중 육성이라는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경제특구'와 '기술단지'간 연계를 강조한 부분이다. 중국 정부는 이 산업기술 정책에서 무엇보다도 민간부문의 활력을 극대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민간기업 연구소 대학이 참여하는 대규모 산업기술단지를 집중적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새로울 것이 없다. 주목되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냥 기술단지를 조성ㆍ지원하는게 아니라 전국의 경제특구 옆에다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반기부터 선전 주하이 등 5개 경제특구부터 시작되는 이런 전국적인 경제특구-기술단지 연계 아이디어는 중국 정부의 심도있는 계산의 결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맥을 같이해 온 첨단기술단지는 세계적으로 여기저기 퍼져 있지만 이를 구분하면 크게 두가지다. 자생적 발달과정을 거친 것이 있는가 하면,정부가 주도한 것도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은 전자인 경우가 많고,아시아 지역은 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자에 속하는 실리콘밸리는 기복은 있었지만 튼튼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정부의 작위적 경제특구 개념과는 무관하게 출발했으나 외국인과 외국기업들이 몰려드는,사실상 아시아가 꿈꾸고 있는 경제특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반면 아시아형 기술단지 모델은 정부주도인 만큼 시간단축의 이점은 있다. 그러나 생태계는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단지는 만들어졌어도 산업계와의 연계부문이 특히 그렇다. 이러다 보니 자기증식이 어렵고,자칫 하나의 '섬'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중국의 경제특구-기술단지 연계는 이를 감안한 끝에 나온 제3의 모델인지도 모르겠다.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뿐 아니라 이들을 국외자가 아닌 중국 내부의 기술혁신 주체로 끌어들이겠다는 것,또 그 바탕위에서 빠르게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 나가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경제특구와 기술단지간 상승작용이 발생하고,기술단지가 경제특구를 흡수하는 양상으로 발전하면 중국으로서는 큰 성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최근 송도 영종도 김포매립지 등 경기도 서부지역과 부산항 광양항 인근지역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구체적인 추진계획 마련에 열심이다. 동아시아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 여러가지 입지조건을 따졌겠지만 중국의 아이디어는 문득 한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중국과는 거꾸로지만 어렵사리 조성해 놓은 대덕의 연구ㆍ기술단지 주변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