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의 이공계 진학 기피현상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 재미교포 교수가 모국 고교생들에게 "과학기술자의 미래는 밝다"며 이공계 진학을 권유하는 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항공우주학과 박광춘 교수(58)는 20일 한국과학기술원이 발행하는 계간지 'KAIST 비전'에 한 고교생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형식으로 '이공계에 진학하려는 한 고교생에게'란 글을 실었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과학기술자가 보람과 긍지 속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며 소규모 기술자문회사가 크게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최근 미국의 건축.도로 설계는 거대기업인 벡텔보다 소규모 기술자문회사들이 주도하며 인텔사가 새로운 프로세서를 개발할 때 상당 기술을 소규모 회사에서 사다 쓰고 있다"며 "이는 대기업의 손발노릇을 하던 과학기술자가 독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조만간 한국에서도 과학기술자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대기업에서 소규모 회사로 바뀔 것으로 점쳤다. 박 교수는 그러나 과학기술자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과학자의 길을 택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그는 "향후 삶에 대해 스스로 물어 '과학기술인'이라는 대답이 가슴 속에서 나올때 이공계에 진학하라"며 "이렇게 되면 사회가 과학기술자를 어떻게 대우하든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66년 인하공대를 졸업한 박 교수는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 대학과 클락슨 대학에서 각각 기계공학과 응용기계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