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어떤 회사를 인수할까.' GE의 이름이 최근 조흥은행 카드사업 인수전과 메디슨 입찰건에 오르내리면서 재계의 촉각이 GE코리아의 사업 확장에 쏠리고 있다. GE는 전세계 기업랭킹 9위(2001년 매출 1천2백59억달러). 하지만 한국에서만은 소리없이 움직여왔다. GE의 국내 사업영역이 발전설비 항공기엔진처럼 치열한 경쟁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엔 세계 최대 소비자금융 회사인 GE캐피탈까지 동원, 카드사업에 손을 대려하자 재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 강석진 사장이 회장으로 영전하면서 올 초 새롭게 GE코리아의 지휘봉을 잡은 이채욱 사장은 "GE캐피탈이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 조흥은행 카드사업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메디슨에 대해서는 "지난해 크레츠테크닉을 인수한 후 시너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해 인수전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크레츠테크닉은 메디슨이 오스트리아에 설립한 자회사로 GE인터내셔널코리아의 국내 17개 자회사중 하나인 GE메디칼시스템스(대표 윤대영)가 지난해 이 회사 초음파영상진단기에 대한 국내 판권을 사들였다. GE의 국내기업 쇼핑은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미국 GE가 M&A를 통해 몸집을 불렸듯 GE인터내셔널코리아도 주요한 사업 분야에서 국내기업과 합작, 복잡한 제휴망을 키워왔다. 부산 아시안게임 경기장에 조명시설을 시공 중인 GE삼성라이트닝과 GE메디칼은 삼성전자가 사업을 떼어낼 때 각각 90%와 55%씩 지분투자를 했고 동양실리콘은 동양 지분중 50%를 사들였다. 국내 시장 안착을 쉽게 하기 위해 한국 파트너의 이름을 살려뒀다. 기술 제휴도 활발하다. 전자레인지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항공기엔진은 삼성테크윈, 발전설비는 두산중공업이 파트너로 제품 개발은 함께하고 생산은 한국측이 한다. GE는 한국에서 연간 30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GE캐피탈을 제외한 제조업 분야에서 파는 것이 10억달러, 사가는 것이 12억달러(올해 예상)다. 제휴가 가장 활발한 전자레인지와 세탁기 등 가전사업은 아시아 수주액의 78%인 5억5천만달러어치를 한국에서 가져간다. 반면 파는 것은 2천만달러 규모에 불과하다. 이같은 사업 형태는 GE 본사 입장에서 보면 기술개발 및 생산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1백개 국가에 퍼져 있는 방대한 사업을 매끄럽게 조화시키는 방법이다. 이 사장은 "GE의 한국 사업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전략적 파트너를 통해 깊이 뿌리내리는 형태"라며 "생산 비용보다 브랜드에 걸맞은 품질이 중요한 만큼 중국보다 한국을 좋은 사업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