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9:36
수정2006.04.02 19:39
포항공대 캠퍼스 한 가운데에는 분수대가 있다.
이 분수대를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포항공대 교사(校舍)가, 왼쪽에는 산업과학기술연구원(RIST) 건물이 들어서 있다.
분수대 앞 기념비엔 '제철학원 이사장 박태준'이란 글씨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IT,칼텍)과 같은 대학을 한국에 만들겠다며 포항공대 설립에 나섰다.
그는 산.학.연 협동을 위해 카네기멜론대의 모델을 따르기로 하고 포스코 및 포항공대와 협조체제를 구축할 RIST도 함께 만들었다.
1984년 포스코가 확보하고 있던 박사급 인력은 고작 14명이었다.
그나마 10명은 자체에서 양성한 사람들이었다.
박 회장은 대학을 세워 교수를 초빙하고 연구비를 지원, 인재 유치에 나섰다.
85년 2월 대학설립추진본부를 발족시키고 86년12월 개교식을 할 때까지 박 회장은 포스코에 이어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뛰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문교부로부터 대학 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포항시 효자동 산 31 일대 44만6천평에 대해 도시계획 시설결정과 형질변경을 인가해줄 수 없다고 건설부가 브레이크를 걸고 나왔다.
박 회장은 당시 건설부 장관을 설득, 첫번째 위기를 넘겼다.
두번째는 토지 보상가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반발이었다.
박 회장은 공사현장에 주민들이 쌓은 바리케이드를 뚫고 공사를 진행시켰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잔디와 나무 심기를 마치지 못한 것.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모아 하룻밤 사이에 조경공사를 끝냈다.
개교식날 아침 학교 정문을 들어선 사람들은 누렇게 깔린 잔디와 곳곳에 심어진 나무를 보고 눈에 휘둥그래졌다.
이날 심은 나무는 개교 15년을 맞은 지금 포항공대 캠퍼스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