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이 우연히 수 십여대의 정부 및 군 비밀 컴퓨터에 무단 침입, 미 당국의 컴퓨터 정보망이 전자공격 및첩보활동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 인터넷판이16일 보도했다. 미 군사당국 컴퓨터 보안의 허술함은 '포렌식텍크 솔루션'이라는 신생 컴퓨터보안회사가 두 달 전 한 민간 고객의 요청으로 컴퓨터망 보안 점검작업을 벌이다우연히 군 당국의 컴퓨터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그대로 드러났다. 설립 4개월 밖에 안된 포렌식텍크 직원들은 텍사스주 포트 후드에 있는 한 군사용 컴퓨터에 손쉽게 들어가 라디오 암호기법과 레이저 조준시스템, 기타 절차 등을담은 항공지원대대의 `스마트 북'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수 백 명의 보안번호와 보안 등급, 신용카드 번호 기록 등을 저장한 컴퓨터에도 접속했으며 거래 회사 계좌번호와 재정관련 숫자 등을 수록한 미 항공우주국(NASA) 컴퓨터에도 들어갔다. 이밖에 비밀훈련 통지를 담은 전자 메일 메시지를 미 전역에서 접근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는 비밀 문서 전달자의 이름과 행선지 기록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고 포렌식텍크측은 설명했다. 민간 탐정회사 직원 등으로 구성된 포렌식텍크측은 호기심에서 군사 정보망 접근을 계속했으며 당국의 문제점 규명을 돕기 위해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브레트 오키페 사장은 "(군사컴퓨터망) 접속이 얼마나 쉬운지 놀라울정도여서 충격을 받았다"며 "그것은 우연히 국방부에 들어가 아무련 경비도 없이 열려있는 문을 보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 수사관들은 포트 후드 컴퓨터의 외부 침입 사실을 확인하고 비밀정보에는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위 관리들은 민감한 정보를 담은 모든 공유 컴퓨터 파일들에 암호를 이용한보호장치를 하라는 지시를 전군에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테러리스트와 외국인 첩자 등을 차단하기 위해 컴퓨터 보안에 주력하라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난해 지시 이후 미 당국이 여전히 보안대책에부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기창기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