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해 실질 소득은 늘지 않았지만 소득세 부담은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재경부에 제출한 '소득세제 문제점과 개선안'에서 불합리한 소득세 제도가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한편 기업들에는 임금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의에 따르면 지난 6년간(1996년∼2001년)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명목소득은 22.8%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물가가 20.5% 올랐기 때문에 실질 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로자 직접세부담 증가율은 93.7%에 달해 OECD 국가중 가장 높았다. 이는 소득세가 실질소득에 기준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에 따라 상승하는 명목소득에 따라 과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상의는 밝혔다. 최고세율(2001년까지 40%, 2002년부터는 36%)을 적용받는 근로자 수도 급격히 늘었다. 6년동안 물가가 크게 올랐지만 명목소득이 연 8천만원 이상이면 최고세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최고세율 적용 납세자는 7천명에서 2만1천명으로 세 배나 증가했다. 상의는 "정부가 올해부터 소득세율을 10% 낮췄지만 6년간의 인플레율을 감안하면 세부담은 실질적으로 28%가 늘었다"며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두면서도 세율을 낮췄다고 생색을 내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상의는 이에 따라 "물가가 10% 오를 때마다 기준 금액을 자동 조정토록 해야 하며 최고세율 기준 소득은 최소한 1억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은 소득이 1억8백만원, 싱가포르는 2억7천만원 이상인 사람에게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상의는 이와 함께 업무 때문에 지출한 경비는 근로소득에서 공제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접대비를 억제하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최근 대부분 회사가 업무활동비를 연봉에 포함시켜 지급하고 있지만 소득 공제가 되지 않아 근로자로서는 실제 소득의 변화 없이 억울하게 과표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