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금융계 부실' 訟事 소용돌이] '금융권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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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실로 전화해 대출하라고 '명령'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몸통(정책당국자)은 뺀 채 깃털만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
예금보험공사의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된 전 시중은행 임직원의 항변이다.
그는 "부실화된 대기업에 대한 여신이 당시 정부의 정책적 요청에 따라 집행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공적자금 지출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만만한 은행원들에게 돌리려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또다른 전직 행장은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한 채 "그렇게 책임질 일은 없는 것 같은데…"라며 여운을 남겼다.
예보의 소송사태에 휘말린 은행가는 착잡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은행 임직원들은 한결같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과거 대출 등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경우엔 당연히 손해배상으로 재산을 환수해야 겠지만 위법사실이 없는 '경영상의 판단'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첨단 신용위험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놓고도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에 떠밀려 기준 미달인 기업에 대출을 해준 사례가 적지 않다"며 "경제위기를 초래해 전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공무원들도 면책을 받은 상황에서 이사회 승인을 통해 이뤄진 여신에 대해 결제라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부실의 책임기준을 철저히 규명, 투명한 은행 경영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의 부실 책임을 묻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전제한 뒤 "소송중에 관료의 책임이 드러날 경우 해당 공무원들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