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신병 인도 여부가 다음달에나 판가름나게 됐다. 그러나 검찰측과 변호인단은 미국 법원이 예정대로 30일의 7차 공판에서 결심을 해도 선고는 2-3주 후인 다음달 중순께 서면으로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조지 스코빌 미국 미시간주 서부지역 연방지법 판사는 5일 이 전 차장 신병 인도 재판의 6차 공판을 속개하고 한국 검찰측의 공소장에 대해 번역상의 이의를 제기한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결심 공판을 30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스코빌 판사는 당초 6월에 열린 5차 공판 당시 6차 공판에서 결심하겠다고 말했으나 지난 2일검사 및 변호인단과 사전 협의를 통해 결심 공판 연기에 동의했다. 범죄인 인도 재판은 단심제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종결된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설령 강제 송환으로 결정나는 경우에도 인신보호제(habeas corpus)에 근거한 재판을 즉각 청구하는 등 사법 투쟁을 끝까지 전개할 작정이라고 밝혀 이 씨가 연말의 대선 이전에 송환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공판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한 브라이언 레넌 연방검사보는 한국 정부의 신병 인도 요청서, 체포 영장, 이 전 차장의 뇌물 수수 혐의 등 6가지 증거물을 제출했다. 국제 인도 재판 전문가로 변호인단 대표로 나선 캐런 스넬 변호사는 이에 맞서 두 가지 쟁점인 이 전 차장의 한나라당 대선 자금 모금과 뇌물 수수 혐의가 모두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의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스넬 변호사는 특히 한국 검찰측이 제시한 증거 자료의 영문 번역이 잘못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레넌 검사보는 번역상의 문제는 본안과 무관할 뿐 아니라 실제로도 별다른 하자가 없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때 아닌 번역 논쟁이무려 3시간 반 동안이나 지루하게 계속됐다. 한편 이른바 '세풍(稅風)' 사건의 주역으로 지난 2월 16일 은신 중이던 미시간주 오키모스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검거된 이 전 차장은 공판 도중 기자들에게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들어갈 수 없다"며 자진 귀국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랜드 래피즈=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