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농업경제'] (1) '마늘 파동' .. 임기웅변의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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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마늘 수입' 파동으로 한국의 USTR(미국 무역대표부)를 표방해온 무역위원회의 전성철 위원장이 30일 사표를 냈다.
한덕수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도 얼마전 이 문제로 옷을 벗었다.
한 전 수석은 시장개방을 주도한 책임을 지고, 전 위원장은 시장방어를 못했음을 시인하고 각각 사의를 표명했다.
대외 경제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문제의 핵심에는 농업이 있다.
마늘문제는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뉴라운드에서 예약된 쌀시장 추가 개방은 물론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정에서 불거질 국내 과일농업의 대처 문제 등 하나하나가 파동을 일으킬게 분명하다.
한국은 제조업수출대국으로 농산물 수입을 일본 수준으로 자유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는데도 정부는 경제논리와 정치논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칠레 등과의 자유무역협정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시도됐지만 국내 농업문제와 맞출려 하나도 성사된게 없다.
농업정책 기조를 분명하게 마련하지 못하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농업 경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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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전남 신안군 팔군면에서 2천4백평 규모의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최용수씨(49).
최근 정부가 중국산 마늘 수입을 놓고 '왔다 갔다'하는 통에 영 헷갈린다.
최씨는 얼마 전 "내년부터는 중국산 마늘 수입이 완전히 풀려 국내 마늘 농사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농협 관계자의 충고를 듣고 도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유기농으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마늘산업에 5년간 1조8천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하는 통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는 "중국산 마늘 수입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장담했던 정부가 수입을 허용하는 대신 토종을 사준다고 하는데 앞으로 또 바뀌는게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임기응변식 정책이 농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구조조정 같은 시장원리를 얘기하다가 정치논리에 밀려 하루 아침에 정반대 정책을 내놓기 일쑤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 때도 정부는 쌀시장 개방은 절대 없다고 했다가 뒷걸음쳤듯이 마늘 파동도 패턴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2000년 중국과 마늘 분쟁을 타결지으면서 2003년부터 세이프가드 연장이 어렵다는 점을 약속하고서도 농민들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농민들은 당연히 시장이 지켜지는 것으로 믿었다.
협상을 주도한 한덕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중국산 마늘 수입제한으로 얻는 이득(연간 1천5백만달러 정도)을 챙기려다가 중국의 보복으로 연간 5억달러에 달하는 공산품 수출이 타격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부에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한 전 수석의 해명은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중국과는 경제논리에 따라 협상했으면서도 국내 농민들을 상대로는 정치적인 미봉책으로 일관해 왔다는 데 있다.
농림부는 농민을 설득하기는 커녕 시장개방 불가피성을 훤히 알면서도 마늘가격 안정자금을 한푼도 올리지 않는 등 정부간 공조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시장개방을 약속한 정부가 당연히 추진해야 할 마늘농가 구조조정은 아예 손댈 엄두도 못냈다.
앞뒤 맞지 않는 정책이 들통나자 당황한 정부는 마늘시장 규모의 3배에 달하는 자금을 마늘농업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 아래 '민심 달래기'용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정책 효과도 의문이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산 마늘에 비해 국내산 마늘의 가격은 10배나 더 비싸다"며 "중국산 마늘과 경쟁할 수 있도록 마늘산업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은 사실상 말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연구위원도 "농림부가 마치 이번 대책을 통해 마늘 농가를 안전하게 육성할 수 있을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약속을 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