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왜곡 운영되고 있다.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위원회 활동에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 사실상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으며 일부 위원회는 관료들의 책임회피를 위한 들러리로 동원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 위원들이 반발해 사퇴하는 경우가 최근들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전성철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산 마늘 수입에 따른 국내 마늘 농가의 피해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지 하루만인 30일 사표를 제출했다. 또 공적자금의 투입과 회수를 담당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김승진 위원(변호사)도 "업무 수행상의 한계를 느낀다"며 최근 정부에 사표를 낸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전 위원장은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뒤 "지난 26일 정부가 마늘산업 대책을 내놓은 지 3일만에 회의를 열어, 사실상 대책의 실효성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도 없이 마늘농가 피해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위원장으로서 리더십과 능력에 한계를 느껴 사표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아직 무역위원회를 행정의 하위 개념으로 보고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에 대해 지극히 인색한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자위도 김 위원의 사의 표명으로 위원 8명중 3명이 사퇴했거나 사의를 표명한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공자위가 앞으로 제 기능을 수행할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김 위원의 사의는 대한생명 우선인수협상자로 한화컨소시엄이 선정된 후 나온 것이어서 정부측이 조기매각을 강행하면서 불거진 일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울러 관치인사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은행장.공기업사장 추천위원회도 정부가 내정한 인사를 추인하는 '통과위원회'로 전락한지 오래다. 공기업 사장 인사때마다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산하에는 독자적인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행정위원회 35개, 행정 부처를 돕는 자문위원회 3백29개 등 3백64개(4월30일 현재)의 각종 위원회가 난립해 있으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곳은 드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허원순.박수진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