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자금 기부문화 살려야 ] 우리나라 정치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면 낮은 투명성의 문제를 지적할 것이다. 정치자금을 조달하고 사용하는 공식통로가 보장돼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조달되는 자금은 전체 정치자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법적으로 조성된 정치자금도 누가 누구로부터 얼마를 받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이처럼 낮은 투명성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후원회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수 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인 후원회로부터 조달되는 자금이 전체의 25%, 중앙당으로부터의 지원이 21%, 그리고 석연치 않은 부분인 개인자금의 조달이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자금의 조달과 지출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을 떳떳하게 합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인 후원회 제도조차 매우 불투명한 것이다. 따라서 정치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후원회 제도로 대표되는 기부문화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 후원회 제도의 개혁 =첫째, 무기명 정액 영수증은 폐지하고 후원금 기부의 실명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후원회 제도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가장 결정적인 제도적 허점이 바로 무기명 정액 영수증이다. 따라서 이는 시급하게 폐지되어야 한다. 후원금 기부의 실명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2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낼 때는 수표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봄직하다. 둘째, 후원회의 회계보고와 기부자 명단의 공개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선관위에 보고되는 후원회의 회계보고는 공개기간(현행 3개월)의 제한없이 그리고 열람, 복사의 제한없이 누구나 쉽게 살펴 볼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해야 한다. 특히 연간 1백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기부하는 기부자의 성명, 주소, 직업, 고용주,기부날짜, 기부내역은 명확하게 공개돼야 한다. 예를 들어 1회에 1백만원 이상이 아니라 연간 합계 기준으로 1백만원 이상 기부하는 기부자의 관련자료는 모두 공개될 필요가 있다. 기부자의 직업과 고용주가 공개돼야 하는 이유는 기업에 의한 차명 기부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셋째, 후원회 기부에 있어 동일인의 기부한도가 설정돼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의 후원회 제도는 동일인에 의한 기부 상한을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소수에 의한 거액기부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이러한 거액 기부가 정치인과 기업간 유착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인에 의한 후원회 기부 한도를 1천만원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중앙당 지구당 국회의원 국회의원후보 뿐만 아니라 각급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도 후원회의 설립과 이를 통한 정치자금의 조성을 허용한다. 이를 통해 지방정치의 차원에서도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의 투명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현재의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조성의 상한액은 다소 인상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 개혁의 기대효과 =앞에서 열거한 제안을 받아들여 후원회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게 될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효과는 이른바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후원회 기부에 있어 동일인에 의한 기부에 한도를 설정하고 또한 기부자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이익집단, 개인들간의 검은 고리는 상당부분 차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표집필=장훈 중앙대 교수 > [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한국경제신문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