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태인 거부들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진수다.' 일본의 유태인 역사 전문가인 사토 다다유키(佐藤唯行) 돗쿄(獨協)대학 교수는 이렇게 진단한다. 영리 추구를 긍정하는 종교적 가르침과 핍박과 궁핍 속에서 살 길을 찾아야 했던 유태인들의 역사적 상황이 규제가 적고 실리를 중시하는 미국적 풍토와 맞물려 '물을 만난 고기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토 교수가 쓴 '미국경제의 유태인 파워'(여용준 옮김,가야넷,1만3천원)는 이같은 미국 유태인들의 활약상과 경제력,성공비결을 조망한 책이다. 인텔,오라클,AIG(보험사),씨티그룹,스타벅스,에스티로더 등의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낸 경제 거물들이 망라돼 있다. 2000년 10월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의 4백대 자산가 가운데 유태인은 64명(16%).유태인의 인구비율(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의 헤드헌팅 회사인 스펜서 스튜어트의 토머스 네프가 지난 99년 발표한 미국 기업의 '리더 베스트 50인'에도 8명(16%)의 유태인이 포함됐다. 이같은 유태인의 경제력은 지난 85년의 부호순위 점유율 26%를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막강하다. 특히 미국 유태인들의 가장 큰 축재 수단이었던 부동산업이 대폭 후퇴한 대신 정보통신 분야의 부호들이 크게 늘었다. 오라클의 창업주 래리 엘리슨,인텔의 공동 창업자 앤디 그로브,델컴퓨터의 마이클 델,빌 게이츠로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물려받은 스티븐 볼머,금융정보 서비스 업체인 블룸버그 L&P의 창업주 겸 회장인 마이클 블룸버그 등 쟁쟁한 인물들이 모두 유태인이다. 오락·미디어산업 금융업 소매업 등의 유태인 경제력도 여전히 건재하다. 사토 교수는 이런 유태인들의 경제적 성공요인으로 자유경쟁이 보장된 미국적 상황과 함께 유태인들의 종교·역사적 배경을 꼽았다. 19세기 후반부터 동유럽에서 건너온 유태인들은 미국에서 돈을 번 뒤에도 미국 땅을 떠나지 않고 부를 계속 키웠다. 영리 추구에 긍정적인 유태교의 가르침도 유태인들의 경제적 성공을 장려했다. 또 반유태주의에 대한 두려움은 검소함과 절약정신 자녀교육을 중시하게 했다. 아울러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의 기회를 잃은 많은 유태인들이 일찍이 상업과 사업에 진출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