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국제운전면허증을 신청하게 되는 일이 많다. 지난 5년동안 3번에 걸쳐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적이 있다. 5년전 처음 면허증을 신청했을 때 받은 인상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운전면허 시험장, 퉁명하고 불친절한 직원들, 2~3일이나 걸리는 긴 처리시간이다. 3년전 두 번째 국제운전면허증을 신청했을 때는 하루 반나절의 시간이 소요되어 '참 편한 세상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최근 다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했을 때는 5년전과 달리 한적한 시험장과 친절한 직원들의 대민자세, 그리고 20분의 짧은 처리시간에 놀랐다. 밤 10시쯤 서울시내 여러 구청과 경기도 과천시의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인허가사항의 질문에 대한 담당 당직자의 답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인다. 한결같이 친절하고 성의있는 답변이다. 본인의 담당 업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마디의 짜증섞인 표정없이 문의된 질문에 대해 자세한 답변을 준다. 본인이 잘 모르는 경우에는 어느 곳에 연락해서 알아보면 된다는 친절한 답변을 덧붙힌다. 대민서비스 창구에서의 커다란 변화의 이유에 대한 창구직원의 짤막한 대답은 바로 '인터넷'이다. 컴퓨터를 통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따른 정보의 공유와 인터넷을 이용한 시민들의 편리한 행정접근이 공직사회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모든 행정업무를 수작업으로 하던 과거의 행정 패턴을 바꿔 컴퓨터가 부분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공무원들이 그만큼 피곤함을 덜고 업무시간을 줄이게 된 것이다. 이런 여유가 시민들에게 친절함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보통 피곤할 때는 이웃에게 짜증을 내고 불진철하게 되지만 여유가 있을 때는 남에게 관대하고 남의 잘못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친절을 보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미 우리가 접하는 관공서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에 컴퓨터나 인터넷이 적용된지는 오래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 부문의 변화는 지난 수년동안 '사이버코리아21'과 '전자정부구현'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이룩한 정보화의 결실일 것이다. 단순히 행정업무를 컴퓨터를 통해 전산화하는 수준을 떠나서 공무원이 일하는 방식과 자세를 바꾸게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감동과 만족을 줄 수 있는 민원 서비스의 제공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리빙 컨버전스(Living Convergence), 즉 인터넷과 생활이 하나로 접목되어 시민의 감성을 존중하는 참 인터넷 세상의 모습일 것이다. < 에스이(주) 사장 kangsehoh@dreamw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