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지금 아주 혼란스럽다. 지난 19일 '검은 금요일'이라는 말이 어색치 않을 정도의 폭락양상을 보인 탓이다. 다우지수는 이날의 낙폭인 4.6%를 포함, 지난 5월17일 단기고점(10.353) 대비 9주만에 22.5%(2천3백33포인트) 급락했다. 2차대전 이후 9주만에 20%이상 떨어진 적은 지금까지 네번에 불과할 정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 '분식회계+달러약세+기업실적불투명'의 3중고가 원인 지난해 9.11 테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던 월가에 최근들어 첫번째 펀치를 날린 것은 분식회계스캔들. 엔론발 스캔들은 미국 2대 전화회사인 월드컴을 파산으로 몰고가는 등 걷잡을수 없이 확산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제시하는 가장 기본적 '숫자'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달러화의 가치가 올들어 13%가량 하락, 유로화와 1대1의 가치까지 떨어진 것도 큰 요인. 달러가치 하락이 달러표시 자산인 미국증권의 가치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해외투자자들이 미국증시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 여기에 3분기부터 호전될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수익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주가는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P500종목중 지금까지 3분기 수익전망을 내놓은 회사는 1백35개사. 이중 40개만이 예상보다 좋아질 것으로 발표했으며 95개는 기대보다 못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 '지금이 바닥'이란 분석이 대세 뉴욕증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주간지 배런스는 22일자에서 '주식이 오를 때(Time to Stock up)'란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지금이 90년대 중반이후 주식을 살 가장 좋은 때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런스가 제시하는 이유는 값이 싸졌다는 것. 주가가 한창 오를때인 99년말 S&P500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에 달했으나 지금은 15~18배선에 불과하다. 때문에 97년과 98년처럼 '7,400선'이 바닥이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뉴욕타임스도 2차대전후 9주동안 20%이상 하락했던 네번의 케이스 모두 그 다음 9주간 예외없이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신문은 "급격한 증시하락은 약세장이 거의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후 아주 빠른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주식형 펀드에 지난 1주일간 1백14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되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반등에 대비한 힘이 축적되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형 펀드자금이 지난 6월 1백11억달러, 7월 처음 10일간은 2백90억달러 가량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 현상이란 것이다. ◆ 금융불안이 실물경기 짓누를 가능성은 낮아 최근들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의장은 여러차례 미국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제조업생산 및 판매동향 물가 등 경제지표들은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가 급락이 당장 또다른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는게 월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증시가 폭락세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주가 급락이 소비심리위축으로 이어져 회복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결국 앞으로 미국이 더블딥에 빠질지 여부는 주가 폭락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수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